세계에서 가장 오래됐으면서 지속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영화제가 내년에 개최기간을 옮기려 한다. 베니스? 칸? 사실 에든버러국제영화제다. 이 스코틀랜드 도시에서 매년 8월 개최되는 유명한 예술축제로부터 떨어져서 62회째 행사를 6월 말- 칸이 끝나고 난 3주 뒤쯤으로 - 로 기간을 옮긴다.
실제로 1947년 다큐멘터리영화제로 시작했지만, 에든버러는 1940년대 말 2회를 건너뛰었던 칸이나 2차 세계대전 전체 기간과 1970년대 여러 회를 건너뛰었던 변동적인 베니스와는 달리 늘 한해도 거르지 않고 열렸다는 데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에든버러는 새뮤얼 풀러, 로저 코먼, 니콜라스 레이 등과 같은 평가절하된 미국 감독들을 비평적으로 옹호하면서 1960년대 말과 1970년 대 초 국제적인 명성을 키웠다. 하지만 에든버러는 여전히 상대적으로 작은 영화제이고(약 100편의 장편영화를 상영하는데 한줌의 영국영화만이 세계 프리미어로 상영된다), 260만달러의 작은 예산으로 운영되고 있다.
에든버러영화제는 늘 에든버러예술제의 커다란 우산 아래 동시에 열리는 음악과 연극 행사들에 그늘지는 듯한 느낌을 받아왔기에 일정을 변경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지 꽤 됐다. 일정 변경은 또한 이 도시의 가장 분주한 관광 기간 동안 충분한 호텔방을 찾는 문제를 해결해줄 것이다. 이제 영국영화진흥위원회(UK Film Council)는 내셔널 로터리 기금을 통해 예산지원 증액을 약속한 만큼 에든버러영화제도 모험을 하기로 한 것이다.
영화제가 6월에 단독으로 선다면 필요한 만큼의 대형 스타와 영화들을 끌어올 수 있을지에 대해 많은 이들은 회의적이다. 새로운 위원장인 30살의 전직 기자인 한나 맥길은 올해 프로그래밍을 잘하긴 했지만, 칸이 끝나고 난 바로 다음 기간에 눈에 띌 만한 프로그램들을 얻기 위해서는 세일즈사들과 배급사들의 많은 지지가 필요할 것이다. 또한 이런 날짜 변동으로 에든버러는 유럽의 주요 여름 경쟁 영화제들, 즉 카를로비 바리(7월)와 로카르노(8월)와 직접적인 갈등 속에 놓을 것이며, 이전에 항상 몇편을 공유했던 토론토영화제(9월)와는 더 멀어지게 될 것이다. 이제 영화인들은 자기 영화를 풀지 않고 잡고 있어야 할지 아니면 에든버러에 어떤 식으로 미리 주어야 할지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이런 변동은 영국의 두 주도적인 영화제인 에든버러(8월)와 런던(10월) 사이에 더 많은 여유를 두고 싶어하는 영국영화진흥위원회가 부분적으로 유발한 것이다. 그러나 호주, 캐나다, 중동과 같은 다른 지역에서는 영화제들을 몰아서 개최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그리고 일정 변경의 효능을 항상 결정하는 것은 기금위원회의 관료들이 아니라 영화 업계다.
맥길 역시 실제 영화제 기간을 옮기기 전에는 정말 어떻게 굴러갈지는 알 수 없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리고 영화제 캘린더는 결코 돌에 새겨진 것은 아니다. 칸은 초창기에 9월에 개최됐고, 10회 가서야 5월로 안착했다. 베를린은 처음 27년간 여름영화제였다가, 칸 전에 개최하기 위해 1978년에 6월에서 2월로 옮겼다.
내년 동아시아에서도 잠재적인 갈등이 존재한다. 도쿄영화제가 부산영화제 바로 다음 기간에서 부산 바로 직전으로 옮길 것이다. 업계에 무엇이 제일 좋은지 결정하는 건 역시 프로그래밍 위원회들이 아니라 국제 업계가 될 것이다. 영화제는 영화를 위해 만들어지는 것이지, 영화가 영화제를 위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데다가 업계에다 그렇지 않다고 주장하려면 (새롭게 등장한 로마와 두바이영화제에서 수백만달러를 쏟아붓는 것처럼) 어마어마한 돈이 들어가야 그 설득을 시작이나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