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봉사를 빙자해 아프리카로 원정 미팅을 갔다온 최양이 “제2의 안젤리나 졸리”가 되겠다고 기염을 토했을 때, 난 심드렁하게 “안 팔리니까 졸려?”라고 대꾸했다. 곰곰 생각해보니 독신 굳히기에 들어간 최양에게 딸내미 둘을 선사한 단체가 고맙다. 안 그랬다면 이 여름도 한밤중에 “내가 뭐가 문제야? 왜 안 팔려? 끄억” 하는 전화를 받아야 했을지 모른다. 그녀를 ‘구호’한 구호단체는 기독교를 기반으로 하지만 선교의 ㅅ도 내세우지 않는 곳이다.
하나님은 유일신인데 가끔 여럿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소리소문 없이 낮은 곳에 임하는 분들의 하나님(최양에게도 은총을 베푸시는)과 ‘그 밖의 하나님들’.
많다. 이슬람 나라에서 가가호호 복음서를 돌리게끔 어린 양들을 홀리는 하나님, 높이 또 높이 세우다 못해 넓게 또 넓게 십자가를 퍼뜨리고자 온 세계를 들쑤시며 개척하시는 하나님, 우리 교회 아무개 선교사가 이렇게 고생하고 있다고 예배 시간마다 광고 말씀을 전해 할머니들 쌈짓돈을 알뜰이 챙기시는 하나님, <타임>에서 말한 “신도들에게 헌금을 기대하고 사진찍기에 불과한 활동을 하는 캠코더 선교”를 조장하고 그를 위한 여행 사업으로 각종 팁과 옵션을 벌어들이는 하나님…. 아 잘못했다. 신성 모독이다. 하나님을 그렇게 믿는 이들의 하나님이라고 정정한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를 제외한 개신교 선교단체들이 기존의 선교방식을 고수할 뜻을 밝혔다. 아프간에 억류됐던 남은 한국인 피랍자 19명이 전원 석방된 날, 이들은 40여일 동안 납작 업드렸던 태도를 확 바꿨다. 하루 전까지만 해도 “자성의 계기로 삼겠다”던 세계선교협의회는 국내 선교단체들과 회의를 한 뒤 “탈레반과의 합의에 아프간 내의 선교 금지 조항을 넣은 것은 심히 우려스럽다”는 발표에 앞장섰다. 위험 지역에서의 선교를 정부가 막아선 안 된다는 것이다. 세계선교협의회를 비롯한 선교단체들은 “사랑의 봉사 정신으로 더욱 적극적으로 활동할 것”이라고 했다. 선교사 위기관리기구를 만들어 피랍 사태가 재발 해도 독자적으로 대처하겠다며, 선교사들은 납치당하면 자기가 책임지고 죽게 되면 죽는다는 서명을 하고 나간다는 말도 했다. 협상과 귀환 비용에 대한 ‘구상권 청구’ 얘기는 이런 무책임하고 위험천만한 단체들을 향한 것이라고 본다. 비즈니스 아이템으로 내몰린 하나님조차 이건 ‘상도의’를 어긴 일이라고 하시지 않을까? 은혜로우신 진짜 하나님, 부디 저들부터 구원해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