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꼬일 대로 꼬인 인생들이다. 두명의 남자와 한명의 여자가 동승한 서울에서 목포까지의 국도 여행길. 야산과 계곡, 들판과 모텔, 그럴듯한 보리밭과 바닷가가 차창 밖으로 하나씩 펼쳐진다. 그러나 세 여행자의 모티브는 이런 피크닉의 분위기와는 반대로, 차라리 ‘누아르’적이다.
은행 강도를 하다가 총을 맞은 철주(백수장)의 출혈은 갈수록 심해진다. 택시기사 상훈(조한철)은 그의 협박 때문에 차를 몰지만 안 그래도 보험금을 타기 위해 자살을 계획하고 있었다. 도망자와 인질 사이의 외면적인 마찰음은 조만간 연민으로 발전한다. 그들이 치료차 국도변 모텔에 들르면서 창녀인 지수(선우선)가 합류한다. 곳곳에 삽입된 재기발랄한 에피소드들과 돈 가방의 행방을 둘러싼 미스터리가 줄거리의 긴장을 유지시켜준다. 러닝타임과 함께 ‘하강하는 시간’은 서서히 지속한다. 서울과의 거리에 비례해서 분위기는 나른해지고 어느 시점에 이르러 죽음을 초탈하는 ‘편안한’ 정서가 세 주인공을 지배한다. 하지만 진짜 절망의 순간은 충격적 아이러니로 다가오는 법이라는 듯, 하나의 반전이 영화의 결말에 기다리고 있다.
계급과 사회 부조리, 죽음에의 충동, ‘막장’에서 생겨나는 인간적 유대감이라는 주제는 이 영화의 미덕이다. 이외에도 “남는 게 시간”이고 본부와의 경찰 무선이 점차 희미해지는 ‘지방성’의 상징 또한 인상 깊다. 반면에 주인공들의 불운한 상황 묘사가 상투적인 점과 격렬한 감정에 비해 영화 스타일이 무난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오프로드>는 제8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되었으며 전라북도의 저예산영화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제작된 작품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