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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편견을 파헤치는 뼈아픈 문제제기

제2회 이주노동자영화제 8월31일부터 열려

이주노동자영화제(MWFF)는 손님인 이주노동자들이 주인인 한국인들을 초대하는, 조금 특별한 잔치다. 억압, 차별, 동정의 대상이었던 이주노동자들이 당당히 문화 생산의 주체로 나선 것이다. 올해 두 번째인 이주노동자영화제의 슬로건은 ‘무적활극’(無籍活劇)이다. 비록 ‘적’(籍)을 잃고 ‘죽거나 떠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여 있지만, ‘즐겁고 생동감있는 삶의 모습’을 만들어 나누고자 하는 ‘그들의’ 다짐과 희망을 담았다. 잔치는,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리는 개막전(8월31일~9월2일)과 10월 말까지 전국의 9곳(안산, 제주, 대구, 의정부, 용인, 인천, 마석, 여수, 김해)을 순회하는 지역상영전으로 나누어 전국적으로 치러진다.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리는 개막전에서는 13개 섹션으로 나누어 30여편의 작품이 상영되며, 다양한 부대행사들이 펼쳐진다. 개막작은 세르지오 아라우 감독의 <멕시코인이 사라진 날>이다. 만약 캘리포니아에 사는 남미인들이 하룻밤 만에 사라진다면, 이라는 풍자적 시선으로 미국 내 이주노동자들의 현실을 바라보고 있는 코미디이다.

국내외 총 11편의 작품이 포함된 ‘이주와 노동’ 부문에서는, 국내외 이주노동자들의 벼랑 끝에 내몰린 삶의 모습과 그 삶을 바라보는 애정어린 시선 또는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과 성찰의 시선을 만날 수 있다. ‘이주와 노동1, 2’는,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의 암담한 삶의 모습을 담고 있는 3편의 해외초청작들이다. 어린 아들과 부모의 부양을 위해 2만5천달러를 빌려 브로커에게 지불하고 화물 박스에 숨어 영국으로 밀입국한 중국 여성(<고스트>), 목숨을 걸고 이스라엘에서 일하는 팔레스타인 노동자들(<나인스타 호텔>), 말레이시아로 가기 위해 모든 것을 다 팔지만 결국 환멸과 좌절을 겪게 되는 방글라데시의 어린 노동자(<나의 이주 영혼>) 등의 삶의 모습은, 생존을 위해 경계를 넘어서지만 결국 모든 경계 밖으로 추방당하는 이주노동자의 난민으로서의 삶이, 한국만이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이 시대 또 하나의 보편적 삶의 양상임을 아프게 일깨운다.

‘이주와 노동3’는 자성적 시선과 다양한 영화적 화법을 통해 한국인들의 이주노동자 문제에 대한 태도에 문제제기를 하는 4편의 한국 극영화들이다. <메리크리스마스>는 딸을 위해 기러기 아빠가 된 한국인과 딸을 위해 한국에 온 외국인 노동자의 대비를 통해 이주에 대한 한국사회의 이중적인 시선과 잣대에 대해 낮은 목소리로 질문한다. <불한당들>은 2006년 독일월드컵 동안 이주노동자들을 공포에 떨게 만들었던 한국의 유별난 애국적 열기를 좀비현상에 빗대어 통렬하게 비판하고, <잠수왕 무하마드>는 무시와 선정주의적 관심 사이를 오가며 외국인 노동자(문화)를 타자화하는 우리의 시선과 태도를 문제삼는다. ‘이주와 노동4’에는 3편의 한국 다큐멘터리가 포함되어 있다(<2007 불법노동 in Korea> <순간들 속에서> <쫓겨난 사람들>). <쫓겨난 사람들>은 이번 영화제의 집행위원장이기도 한 마붑이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한국에서 강제 추방당한 이주노동자들을 직접 찾아가서 그들이 고국에서 들려주는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온 보고서이자 영상편지이다. ‘엑서스’에서는 이번 영화제를 위해 이주노동자들이 미디어 교육 과정을 통해 직접 제작한 영상물들을 만나볼 수 있다.

<이주여성 미디어 워크샵> 등 8편의 작품이 포함되어 있는 ‘이주와 여성’ 부문과, <동네 한바퀴> 등 9편의 작품이 포함되어 있는 ‘이주와 아동’ 부문에서는 국내외 이주여성들과 아동들의 위태롭고 안타까운 삶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평화 나무> 등 4편의 영화가 상영되는 ‘문화 공감’은 다른 나라의 문화를 함께 체험하고 나눌 수 있는 기회를 갖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필리핀의 잔혹한 인권 탄압 실상을 고발하고 있는 <총알의 함성>이 상영되는 ‘아시아 액티비스트 네트워크’는 아시아 비디오 활동가들의 소통과 연대의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준비된 자리이며, 상영 뒤 ‘토론회’가 진행된다.

‘집중단속’에 항의하는 ‘캠페인’과 다양한 ‘공연’(DJ MIX Party, 게릴라 공연), 그리고 ‘작은 대안무역’ 등 다양한 부대 행사도 함께 펼쳐진다. 물론, 잔치에서 제공되는 모든 메뉴와 행사는, 무료다. 각 지역 상영전은 지역만의 특색을 살린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