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정상인의 외양 이면에 무시무시한 일탈의 욕망을 가진 남자의 이중생활을 그린 드라마. 얼 브룩스(케빈 코스트너)는 신앙심 깊고 사업적으로 성공했고 아름답고 헌신적인 아내와 예쁜 딸을 둔 중년의 남자다. ‘충동이 그를 다시 찾아왔다. 그를 떠난 적도 없다’는 구절로 시작하는 <미스터 브룩스>는 이야기를 지연시킬 것도 없이 막바로 그의 흠없는 삶과 공존해 있는 살인자로서의 내면을 마셜(윌리엄 허트)이라는 인격체를 통해 보여준다. 마셜의 부추김으로 얼은 2년 전에 멈춘 연쇄살인을 다시 시작하고, 담당형사였던 트레이시 앳우드(데미 무어)는 다시 수사에 뛰어들었다가 이상한 누명을 쓴다. 사건의 목격자는 사건의 동참자가 되며 살인자 얼은 어두운 등잔 밑에서 생명의 위협을 받는다.
<미스터 브룩스>는 인간의 무서운 양면적 얼굴들을 다양하게 보여주려는 영화다. 카드를 여러 장 늘어놓고 두세장씩 계속 뒤집기하는 느낌인데, 스토리텔링의 방식은 얼/마셜의 두 캐릭터 설정에서 보듯 매우 쉽고 설명적이다. 깊은 맛은 없지만, 내가 알던 사람의 눈빛이 돌연 달라지는 순간은 어쨌거나 섬뜩하다. 열대야로 잠 못 이룰 때 적당히 무서운 영화를 친구와 보고 싶다면 적절한 선택이 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