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두살 미혼 동갑인 주연(염정아)과 성태(탁재훈)는 10년지기 친구다. 대학 때 우정과 사랑 사이의 각별한 관계이기도 했던 두 사람은 동기들과 모인 술자리에서 과하게 취해, 실수로 동침을 한다. 이 실수가 두번 반복되고 둘은 결혼한다. 결혼식을 올리고 이튿날, 주연과 성태는 각각의 직장에서 완벽한 이상형의 이성들을 만난다. 외모에서 능력까지 부족할 게 없는 이 이상형들은 주연과 성태에게 호감을 보이고, 주연과 성태는 갈등하기 시작한다.
왠지 해야 할 것만 같은 결혼을 한 뒤에 내 이상형을 만나면 어떻게 해야 하나? <내 생애 최악의 남자>가 던지는 질문은 굉장히 흥미롭다. 영화 속 염정아의 내레이션처럼 “선을 봐서 했건, 아이가 생겨서 했건, 우정을 믿고 했건” 어쨌든 결합을 한 이 관계가, 맺어지자마자 깨어질 위기에 처한 상황을 적극적으로 그리는 <내 생애 최악의 남자>는 그러나 막상 질문만큼 흥미로운 과정과 답을 제시하지 못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주연-성태의 관계, 주연-주연의 이상형의 관계, 성태-성태의 이상형의 관계 등 결혼이란 관계를 깨느냐 마느냐의 결정적 요인이 될 관계들이 정확한 감정선을 따라 그려지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 해결의 주체인 주연과 성태에게 있어 이 관계들은 어떤 의미를 갖는가? 알 수 없다. 영화는 성의있는 설명보다 웃음 유발을 위한 자극적인 코미디를 늘어놓기 더 바쁘다. 코미디, 멜로, 로맨틱코미디 이 셋 중에 뭘 표방하든, 영화의 상황과 감정이 이해되게끔 하는 게 우선 아니었을까. 흐름이 툭툭 끊기는 드라마 속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두 주연배우가 힘겨워 보이는 건 착각이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