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결과, 아니 경선 결과 한나라당에서 이명박 아저씨가 뽑혔다. 파장 분위기가 없지는 않지만, 스무명도 넘는 사람들이 내가 이명박과 맞장 뜰 적임자라고 다투고 있으니 아무리 오종종해도 불 끄고 셔터 내릴 상황은 아니다. 박근혜 캠프의 일부 인사들은 대선 전에 뭔 일이 있을 수도 있다며 사실상 그의 낙마를 바라는 것 같은 말도 한다. 2, 3일만 더 있다가 경선을 했다면, 탈레반만 아니었다면… 별별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다 따라잡았는데 여론조사에서 뒤집혔으니 다 큰 배지들이 눈물 흘릴 만도.
이명박 아저씨의 대표적인 공약 가운데 △대한민국 747(연 7% 성장, 국민소득 4만달러, 세계 7대 강국)은 알아서 잘하시라고밖에는 말씀 못 드리겠고 △한반도 대운하는 그렇게까지 파헤치고 들볶아서 7등 하느니 그냥 지금처럼 십 몇등 하면서 살자고 요청드리고 싶고 △비핵·개방·3000(북핵 폐기하면 1인당 국민소득을 3천달러 되게 해주겠다)은 10월에 정상회담하면 북한 국민소득 올려주는 데 애로점이 많은 건지 여쭙고 싶다. 남은 것은 △신혼부부 내집마련. 신혼 시절도 있었고 집문제로 고민도 해봤고 애도 낳아본 내가 이 문제만큼은 탐구해야 할 것 같다. 서울, 서울 근교, 광역시에 사는 결혼한 지 3년이 안 된 34살 미만(여성 기준)의 신혼부부가 월 5만원 이상 내는 신혼부부 청약저축에 가입하고 애를 낳으면 1년 안에 새 아파트에서 살 수 있게 해준다는 내용이다. 20평 이하 임대주택은 1천만~1500만원 보증금에 월 20만~30만원의 임대료를, 24평 이하 분양주택은 3천만~5천만원 입주금에 월 융자상환금 40만~55만원을 내야 한다. 이를 위해 별도로 해마다 12만호를 공급하되 10년간 전매를 제한한다고 한다. 신혼부부 세대를 보호·육성해 가정을 튼튼히 하고 저출산을 극복하겠다는 취지이나, 재혼부부는? 비혼남녀는? 매달 그만한 돈을 낼 부부라면 그냥 무리해서 내집마련을 해버리지 않을까? 또 집 없어서 애 안 낳는 사람은 못 본 거 같은데.
아무리 청춘남녀의 표를 겨냥했다 해도, 이렇게 노골적으로 지역·나이 차별에 비혼·무자녀자 차별을 내세우시다니. 아저씨의 공적 감수성을 다시 한번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냥 웃자고 낸 정책이라면 웃길 때 거둬주세요. 참, 죽은 독재자보다 살아 있는 측근들이 더 무섭다는 사람, 꽤 많은데 이런 표는 그냥 버리시게요? 부디 골고루 사랑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