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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황의 날들> 기자시사
오정연 2007-08-21

일시 8월20일 오후2시 장소 필름포럼

이 영화 엄마와 단 둘이 한국에서 건너온 에이미(김지선)의 하루하루는, 말하자면 경계의 날들이다. <방황의 날들>의 원제는 ’In Between Days’. 말이 통하지 않는 학교에서 에이미는 한국인도 미국인도 아닌 존재이며, 친구 하나 없는 그녀는 어른도 아이도 아닌 사춘기를 지나고 있는데, 그녀가 유일하게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은 친구도 애인도 아닌 한국 교포 소년 트란(강태구)이다. 지독하지만 흔한, 혹은 흔해서 지독한 소외의 나날이 계속되고, 트란을 향한 에이미의 서툰 구애는 한발짝 내딛기도 힘들어보인다. 한국과 별다를 것 없어 보이는 토론토 한인타운의 서늘한 겨울풍경 속을 헤매는 에이미. 이제는 새로운 세계를 향해, 새로운 관계를 향해 어떤 식으로든 나아가야 할 때다. 장편데뷔작인 <방황의 날들>이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 베를린영화제 국제비평가협회상, 부에노스아이레스국제독립영화제 대상 등을 수상한 김소영 감독은 어린시절 미국으로 이주했으며 현재 2005년 PPP 프로젝트였으며, 올해 5월 칸영화제 라틀리에 프로그램에 초청된 <나무 없는 산>을 차기작으로 제작 중이다.

200자평 지독하지 않은 경계란 없다. 김소영 감독의 자전적 성장영화 <방황의 날들>은 냉정하고도 따뜻한 묘한 매력을 지닌 영화다. 되는 일도 없고, 하고 싶은 일도 없어보이는 소녀의 목소리로 영화의 중간중간 (아마도 실제로는 연락이 닿지 않을) 아버지를 향해 소녀가 보내는 편지가 내레이션으로 삽입되는데, 어머니와 자신은 잘 적응하고 있다는, 실제와는 전혀 맞지않는 그 내용은 과시적이고 기만적인 사춘기의 내면을 드러낸다. 어른이 되기 위해 새로운 관계를 맺겠다는 에이미의 극단적인 결심 직후에 급작스럽게 암전되는 영화의 마지막은 일반적이고 친절한 성장영화의 그것과는 많은 차이가 있지만, 우발적이고 충동적인 그 시절의 속성 그대로다. 영화 내내 에이미를 위한 일말의 변호도 않을 듯한 핸드헬드 카메라는, 그러나 그녀의 뒤를 한시도 놓치지 않는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어떤 식으로든 그녀가 한발짝을 내딛기까지 그녀와 함께하는 그 카메라는 본인 역시 힘겨운 사춘기와 경계의 날들을 견뎌낸 감독의 시선이자, 어리둥절하고 서툴다는 점에서 그와 그리 다르지 않은 시기를 한때 경험한 바 있는 우리 모두의 마음이다. 오정연/씨네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