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마르 베리만은 과대평가된 작가인가. 지난 7월30일 타계한 스웨덴 감독 잉마르 베리만의 영화적 유산의 가치를 둘러싸고 미국 평론가들이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이미 <뉴욕 포스트>의 존 포드르헤츠를 비롯한 몇몇 비평가들이 베리만의 영화들이 과대평가되었다는 의견을 조심스레 내놓긴 했지만, 논쟁에 본격적으로 불이 붙은 것은 <시카고 리더>의 비평가 조너선 로젠봄이 ‘과대평과된 경력으로부터의 정경’이라는 기사를 <뉴욕 타임스>에 기고하면서부터다. 로젠봄은 베리만이 “칼 드레이어와 로베르 브레송과는 달리 관습적인 영화보기에 도전하지는 않았다”고 평가하며 “베리만의 영화는 유동적인 스토리텔링과 여배우를 관리하는 능숙함에 기대고 있어서 후대에 캐어낼 만한 영화적 비밀이 적다”고 분석했다. 로젠봄은 또한 “프랑스 누벨바그가 세로운 현대 영화세계를 제언한 데 반해 베리만의 재능은 구식의 영화세계를 영속시키고 보존하는 데만 소임을 다했다”며 “그의 영화들은 영화 속의 어법만큼 영화적인 어법은 아니다”고 평가절하했다.
로젠봄의 칼럼에 대해 가장 신속하게 들고 일어난 것은 <시카고 선 타임스>의 비평가 로저 에버트로, 그는 로젠봄의 문장 하나하나를 인용하며 베리만의 영화적 업적을 방어했다. 그는 로젠봄의 글이 “그의 평상적인 정신상태로부터 괴이할 정도로 벗어나 있으며, 베리만과 관객에 대해서가 아니라 로젠봄 자신의 영화 스타일의 극단에 대한 사랑만을 알려줄 뿐”이라고 불평하며 “로젠봄은 베리만의 영화가 영화적인 어법이 아니라고 했을 때 이미 논쟁을 이탈했다. 그는 형식이 내러티브나 감정적인 내용, 연기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듯한데 모두가 그에 동의할 수는 없다”고 맹렬하게 반박했다. 한편 프랑스 감독 베르트랑 타베르니에 역시 에버트를 응원하고 나섰다. 그는 에버트에게 보낸 서신을 통해 “드레이어나 브레송을 상찬하기 위해 굳이 베리만이나 펠리니에게 포문을 열 필요는 없다. 누벨바그에 영향을 받아온 로젠봄은 인식보다는 불관용에 대해서 더 많이 배워온 모양”이라고 일갈했다.
비평가와 감독, 인터넷 영화광들 사이로 설전이 번지고는 있지만 양쪽 모두 베리만의 작품들이 현대영화의 중요한 자산이라는 전제만큼은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 논쟁을 최초로 촉발시킨 로젠봄의 칼럼 역시 “베리만의 영화들이 타당성을 잃어버리긴 했지만, 그것들은 언제나 취향의 역사에 획기적인 상징으로 남을 것”이라고 끝을 맺고 있다. 한 구글 영화 포럼의 이용자는 “에버트는 로젠봄보다는 좀더 대중적인 평론가이기 때문에 의견차이가 클 수도 있다”며 “최소한 로젠봄은 잉마르 베리만이 완전히 쓸모없거나 하찮다고 말한 적은 없다. 그는 센셔이셔널리즘을 좇는 타블로이드 비평가는 결코 아니다”라는 말로 로젠봄을 변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