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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색인 개 ‘쿠로’의 생애 <안녕, 쿠로>

인간보다 의젓하고 의리있는 개 ‘쿠로’ 이야기. 실화랍니다.

<안녕, 쿠로>에는 이름처럼 온몸이 검은색인 개 ‘쿠로’의 생애가 담겨 있다.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1961년부터 10년 동안 일본의 시골 고등학교에서 생활한 쿠로와 학생들, 교사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10년 동안 쿠로 곁을 스쳐간 졸업생 수만도 4800명이라고 한다. 실제로 학교에서는 쿠로를 위해 장례식을 마련했고 수천명이 참석해 명복을 빌었다. 쿠로가 이토록 모든 이의 축복을 받을 수 있었던 까닭은 한결같은 태도로 학교와 마을 사람들 곁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강산이 바뀌고 인심이 변질되는 세월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쿠로에게서 변치 않는 순정을 느꼈을 것이다.

이 영화는 쿠로가 지켜본 수많은 학생들 중에서 료스케와 켄지의 사연을 중심으로 다룬다. 쿠로는 이사 가는 집주인이 버리고 떠나자 홀로 남겨진다. 떠돌던 쿠로는 가끔 음식물을 주는 료스케(쓰마부키 사토시)와 가까워지고 그를 쫓아 학교까지 들어온다. 마침 학교 축제의 가장 행렬을 준비하던 학생들은 전설적인 사무라이 ‘사이고’의 애견 ‘쭌’ 역으로 쿠로를 발탁한다. 이날부터 쿠로는 학교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에 빠지지 않는 존재가 된다. 밤이면 학교 수위 아저씨와 순찰을 돌고, 낮에는 수업 중인 교실에서 청강을 하고, 교무회의 시간에도 구석 자리를 지킨다.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인간의 마음을 억지로 동물에 투사시키지 않고 인간과 동물의 교감을 담담하게 그린다는 점이다. 따라서 동물주인공 영화에 흔히 등장하는 악한도 없고 드라마틱한 위기도 없다. 하지만 마쓰오카 조지 감독은 쿠로를 잡는 시선에 비해 사람들의 사연은 좀더 감상적으로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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