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뤄지지 않은 사랑만큼 애절한 것이 또 있을까. 선뜻 손 내밀지 못해 엇비켜간 운명만큼 마음을 흔드는 것이 또 있을까. 비슷한 확신을 품고 시작한 여타 멜로영화처럼 <다만, 널 사랑하고 있어> 역시 꽃피기 직전 가장 아름답게 몽우리진 사랑을 그린다. 채 여물지 않아 소녀 같은 육체를 지닌 시즈루(미야자키 아오이)는 학교 앞 횡단보도에서 먼저 말을 걸어온 마코토(다마키 히로시)에게 단번에 반한다. 피부병을 앓아 약을 바르는 탓에 자신에게서 이상한 냄새가 난다고 굳게 믿는 마코토는 비염으로 냄새를 제대로 맡지 못하는 시즈루가 편하다. 물론 사랑은 따로 있다. 예쁜데다 성격까지 좋은 미유키(구로키 메이사)가 그의 열렬한 시선을 받는 여성. 머리를 헝클어뜨린 채 깡총깡총 뛰어다녀 ‘괴짜’라는 말을 듣는 시즈루는 사랑받고 싶어 마코토의 주변을 맴돌지만 미유키는 넘어서기에 너무 어려운 라이벌이다. 세 캐릭터가 이어가는 궤적은, 이 영화가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원작소설을 쓴 이치카와 다쿠지의 또 다른 소설 <연애사진, 또 하나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다는 사실만으로 어느 정도 짐작 가능하다. 키스만 남긴 채 시즈루는 비밀스럽게 사라져버리고 마코토는 뒤늦게 사랑을 깨닫는다. 아름답게 자랐으나 사진으로만 남은 시즈루의 모습처럼 예쁘고 순수한 화면은 마음을 흔들지만 그 여운은 결코 오래가지 않는다.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에서 치아키를 연기하며 인기를 얻은 다마키 히로시, <나나>의 미야자키 아오이가 그림 같은 풋사랑을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