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국립예술대학 영화 프로듀싱을 전공 중인 시오바라 후미코에게 한국행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4월 한·중·일 영화학교의 합작 옴니버스영화를 촬영하기 위해 서울을 찾았던 그가 이번에는 한·일 합작 영화 제작에 관한 프로듀싱 워크숍을 위해 현해탄을 건너온 것이다. 그를 포함하여 일본에서 건너온 학생 6명, 교수 2명은 한국영화아카데미 학생들과 함께 지난 8월1일부터 4일까지 남양주종합촬영소에서 <역도산>과 <박치기2: 러브&피스>의 합작 사례에 대해 이야기를 듣고, 조별로 준비한 합작 프로젝트를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학생들이 준비한 합작 프로젝트는 한국과 일본이 어떻게 달랐나. =일본과 한국이 각각 2개씩의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일본 학생들이 주로 영화의 소재와 주제 등 아이디어를 고민했다면 한국 학생들은 해당 작품의 제작비를 어떻게 회수할 것인가에 대해서까지 고민했다는 점이 놀라웠다. 우리 팀에서 준비한 영화는 <Happy Birthday>라고, 여성의 자립에 대한 좀비영화다. 일본과 한국의 젊은 세대는 서로 친해지고 싶지만 역사적인 문제가 장애가 되곤 한다. 이를 극복하고 싶은 마음을 담았다.
-1억∼5억원 사이의 인디영화에서 한·일 합작영화의 가능성이 실제로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나. =<역도산>에 대해서 강의한 김선아 PD가 “큰 회사끼리의 합작은 여러모로 어렵고 까다로운 부분이 존재한다. 그러므로 학생들처럼 작은 그룹이 이를 시작하는 게 좀더 효율적이고 실현 가능한 방식”이라고 말했는데, 이에 동의한다.
-이제 졸업이 얼마 안 남았다. 졸업 이후에 대해 슬슬 고민이 될 텐데. =내년 3월이 졸업이다. 두 가지 정도의 진로를 생각 중이다. 영화투자펀드에 취직하거나 나와 생각이 맞는 감독과 만나서 영화를 만들거나. 내가 예전에 회계사로 일했던 경력이 있어서 첫 번째는 비교적 수월할 것 같은데, 이 학교에 입학하면서 목표했던 것은 두 번째였다. 그런데 그게 쉬운 일이 아니더라. 일단은 첫 번째 진로를 통해 좀더 많은 사람을 만나서 기회를 모색하려 한다.
-한국영화아카데미 학생들과 함께한 것이 두 번째다. 이런 경험으로 인한 변화가 있다면. =지난 4월에 함께 영화를 만들 때는, 한국 학생들이 자신이 원하는 바를 직접 얘기해주는 게 편했다. 일본 사람들은 일이 모두 끝나고 난 뒤에 아쉬웠던 점을 얘기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번에는 비교적 날카로운 질문이 오갔는데, 우리가 만일 학생이 아니라 직업 PD였다면 그러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더라. 함께 영화를 만들어나가는 동지라는 느낌이 들었고, 우리가 졸업한 뒤에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