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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블레이드 러너>, 25년 만의 재회
황수진(LA 통신원) 2007-08-15

7월26일부터 열린 만화페스티벌 코믹콘, <블레이드 러너> 25주년 기념 행사 등 눈에 띄어

7월의 마지막주, 주말의 모임 참석을 묻는 이바이트(evite)의 대답들이 유난히 썰렁하다. 이유는 다들 그주에 잡힌 샌디에이고행 때문. 이른바 전국의 모든 괴짜들의 쓰나미가 샌디에이고를 향하고 있다는 것. 그 최종 목적지는 7월26일부터 4일 동안 열리는 코믹컨벤션(이하 코믹콘)이다.

6시에 나왔는데도, 막히는 고속도로를 겨우 빠져나오면, 컨벤션센터를 향한 행렬들이 보인다. 슈퍼맨, 원더우먼, 다스베이더, 오비완, 세일러문, 배트맨, 스파르타 병사들 등 코믹북의 캐릭터들 속을 비집고 컨벤션센터 안으로 들어서면 그 규모에 어디서부터 구경을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행복에 겨운 고민이 시작된다. 총 3층으로 이루어진 컨벤션의 1층에서는 영화, 게임, 피겨, 만화 등 대규모 전시 및 각종 행사가 열리고, 2층에서는 그래픽 아트 전시 및 체크인이, 그리고 3층에서는 코믹북 관련 각종 세미나 및 미팅이 이루어진다. 지난해 코믹콘에서는 <300>과 <그라인드 하우스>의 클립이 처음으로 선보였다면 ,올해는 30주년을 맞이한 <스타워즈>와 25주년을 맞이한 <블레이드 러너> 관련 행사가 눈길을 끈다. 27일 메인홀 H의 오후에는 <블레이드 러너: 파이널 컷> DVD의 12월 출시를 맞이하여, 감독인 리들리 스콧과 조 터켈(타이렐), 제임스 홍(한니발 추), 조안나 캐시디(조라), 숀 영(레이첼) 등의 배우들이 자리를 함께하는 행사가 열렸다. 25년 전의 현장을 어제처럼 생생히 기억하는 노장 배우들의 입담은 놀라울 만큼 유쾌했는데, 특히 영화에서 ‘눈밖에 다룰 줄 모른다던’ 안구 담당 제임스 홍의 입에서는 끊임없이 유머가 쏟아져 홀을 가득 메운 관객을 즐겁게 했다.

25년이 지나 재촬영을 하면서까지 새롭게 완성된 파이널 컷. 추가분에서 원작의 정수를 그대로 보존하기 위해 컴퓨터그래픽이 아닌 실사 재촬영으로 진행했다는 리들리 스콧. 그 덕에 투명한 우비를 입고 데커드와 혈전을 벌이던 안드로이드 조라 역의 조안나 캐시디는 역사상 가장 긴 간격을 두고 재촬영을 하게 되는 진귀한 경험을 했다고 한다. 문득 안드로이드 역을 맡았던 두 여배우들에게서 느껴지는 25년은 그들이 연기한 영화 속 안드로이드가 그토록 바랐던 것이기도 했다는 생각에 묘한 느낌이 들었다. 홍콩을 닮은 리들리 스콧의 2019년, 늙고 싶었던 안드로이드와 늙지 않는 영화 <블레이드 러너>. 그렇게 코믹콘에서의 멋진 하루는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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