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이 8월28일부터 30일까지 평양에서 만난다. 그것도 까다로운 북의 김 선생이 적극 제안해서다. 서울에서 열리지 않는 것은 유감이지만, 지난번에도 그러려다 무산된 적이 있으니, 평양도 괜찮다. 올 초부터 솔솔 ‘정상회담설’이 나오다 최근 북한이 8·15 민족대축전 행사에 불참하겠다고 하고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에서도 서해 북방경계선 문제로 서로 얼굴 붉히는 통에 물 건너간 줄 알았다. 그런데 깜짝이야. 어서 전모를 파악해 씨네리 독자들에게 알려야지. 민족적 사명감, 아니 원고료에 대한 사명감을 갖고 나섰으나 예상대로다. 머리 아프다.
남북 관계에 대한 뉴스는 “이렇게 돼야 한다”, “저렇게 될 것이다”류의 당위와 추정이 난무하지만, 당장 손에 잡히는 게 없다. 무엇보다 너무 많고 길다. 마감 시간 안에 소화하기가 어렵다(젖먹이와 딱 일년만 씨름해보세요. 심지어 <디 워> 보면서도 계속 옆자리 사람에게 줄거리를 묻게 되니까. 아, <디 워>라서 그랬나?)
내 주변에서 가장 이 문제에 ‘정통해’ 보이는 <한겨레21> 편집장에게 ‘요약정리’를 부탁했다. 제일 먼저 든 생각은?: 굿 뉴스지. 왜?: 안 만나는 것보다는 낫잖아. 대선에 영향을 끼칠까?: 당연하지. 왜?: 안 미치는 게 이상한 거 아니야? (그는 내 수준을 너무 잘 안다. 질문을 있어 보이게 바꿔보자.) 정상회담은 찬성하지만 성과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여론이 많은데?: 현 정부 집권이 얼마 안 남았고, 차기 정권에 따라 집행 여부가 달라지니까. 지난번 1차 회담 뒤 가시적인 성과가 그리 많지 않아 학습효과도 있을 테고. (역시 뭘 좀 알고 물어야….) 이봉조 통일연구원장은 이번 회담의 의제를 세 가지로 꼽았다(왜 이 아저씨냐면, 편집장이 교과서적이라고 해서다. 한마디로 말을 길게 안 한다는 뜻이다). △평화, 군사적 신뢰구축 문제 등 △협력, 특히 경제적으로 진전된 합의 △ 화해, 이산가족·국군포로·남북자 문제 등.
북의 김 선생 못지않게 까다로운 남의 노 선생은 이번 회담에서 철도 정기운행과 에너지 지원을 적극 제안할 거라고 한다. 갈 때도 육로로 간단다. 남북 정상회담의 ‘원조 김 선생’도 므흣해하신다는 후문이다. 북의 비핵화를 위한 2·13 합의가 이행되는 과정에서 성사된 것이니만큼(말하자면 북한과 미국이 으르렁대지 않는 상태이니만큼) 남의 또 다른 김 선생 말씀대로 “시추에이션이 아주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