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는 친절하다. 그 여자는 차분하다. 그 남자는 무례하다. 그 여자는 도발적이다. 네명의 기혼남녀가 파트너를 바꿔 왈츠를 추는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는 욕심 많은 사람들의 사랑 이야기다. 매일같이 사랑을 고백하는 커플이나 한번도 사랑해본 적이 없는 커플이나 모두 사랑에 허기진 상태. 남들 보기엔 행복에 젖어 사는 듯한 그들이 엇갈린 만남을 갖는 것도 그 때문이다. 감정의 배고픔은 내가 원하는 것을 가진 누군가를 볼 때 더욱 커진다. 다정다감한 남편에게는 그 여자의 남편 같은 카리스마가 없고, 애교 많은 아내에게는 그 남자의 아내가 가진 신비스러움이 없다. 마찬가지로 시종일관 건조한 남편에게는 그 여자의 남편 같은 웃음이 없고, 말없이 조용한 아내에게는 그 남자의 아내 같은 발랄함이 없다.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에서 각기 다른 네명의 도시남녀를 연기한 네명의 배우 또한 이들의 사랑을 바라보는 시선은 엇갈렸다. “열정적이고 흥미로운 사람을 만나서 관심을 가지는 건 너무나 당연”하다고 말한 이동건은 “사랑의 감정이 다시 찾아왔다면 충분히 즐겨야 한다”는 엄정화와 짝을 이루었고, “나 같으면 남편과 계속 노력했을 것”이라며 새색시의 풍모를 드러낸 한채영은 “가슴으로 품고 사는 게 더 행복했을 것”이라는 박용우와 뜻을 함께했다. 하지만 영화를 찍는 동안만큼은 누구보다도 이들의 사랑을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는 그들을 만나 물어보았다. 지금 사랑하고 있는 것은 무엇입니까?
그들과 그녀들의 사정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의 엄정화·이동건·박용우·한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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