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사춘기에 접어든 딸과 아직 사춘기를 헤어나오지 못한 엄마, 양보라곤 눈곱만치도 없는 두 모녀 사이에 의사 직업을 가졌다는 근사한 남자가 등장한다. 뽀글이 파마를 한데다 목덜미엔 언제나 땟국물이 흐르는 청년회장 성칠(임형준)만이 남자 행세를 하는 물건리. 오지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도시의 수혜를 받는 것도 아닌 물건리에 등장한 덕근(정준호)이야말로 혜주(김원희)와 옥희(고은아), 두 모녀에게는 백마 탄 왕자다. 고작 15살 차이밖에 안 나는 두 모녀는 사랑방에 불러들인 덕근을 상대로 각자의 로맨스를 완성하기 위해 사사건건 부딪친다. 그러나 모녀 앞에 나타난 덕근은 고상한 ‘손님’이 아니라 양아치 ‘선수’. 아버지가 진 1억원의 빚을 갚지 못해 조폭한테 시달리던 덕근은 혈육을 찾아주면 거액을 내놓겠다는 한 노파의 부탁으로 물건리에 흘러들지만, 사람 찾는 일이 여의치 않자 혜주가 지닌 통장의 거액을 빼내기 위해 안간힘을 쏟는다.

소설과 영화로 알려진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에서 설정과 캐릭터를 빌려왔다는 게 제작진의 말이지만, 사랑방을 오가는 남녀의 미묘한 심리 궤적이 드러날 것이라고 기대해선 곤란하다. 외려 <사랑방 선수와 어머니>는 원작의 기운을 수혈받기보다 최근 몇년 동안 쏟아져나왔던 코미디에 빚진 점이 많다. 한 남자를 두고 모녀가 싸우는 장면에선 <여선생 vs 여제자>가 떠오르고, 혜주의 통장 비밀번호를 알아내기 위해 온갖 묘수를 짜는 덕근은 <범죄의 재구성>의 가리봉동 샤론 스톤을 부풀린 듯하다. 시골에 갔다가 온갖 수난을 당하고 교화의 길을 걷는 도시 양아치들이야 <선생 김봉두> <시실리 2km> <마파도> 등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단골 캐릭터 아니던가. 아, 그리고 또 하나. 얼떨결에 하룻밤을 보낸 혜주와 덕근의 상황은 <가문의 부활>에서도 등장한다. 익숙한 설정을 또 써먹는다는 간편한 비난을 던지기에 앞서 이런 에피소드를 빼고 나면 그닥 눈여겨볼 만한 요소를 찾아보기가 어렵다는 것이 문제다. 웃기려 한 뒤 어김없이 꼭 울리려 드는 한국 변종 코미디의 이상한 공식을 어김없이 준수하는 후반부에 이르면 난감은 대략 이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