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큘라> EBS 8월5일 오후 2시20분
토드 브라우닝의 <드라큘라>는 이후 끊임없이 반복된 드라큘라 영화들의 원조라고 할 수 있다. 각종 공포영화가 난무하는 지금의 시각에서 보면, 1931년의 ‘드라큘라’는 무섭기보다는 차라리 귀여운 축에 속한다. 번뜩이는 눈으로 먹잇감을 노려보는 드라큘라는 머리를 풀어헤치고 TV 밖으로 기어나오는 사다코에 비한다면, 충분히 애정을 줄 수 있는 캐릭터다. 토드 브라우닝이 심혈을 기울여 창조해낸 긴장의 순간마다 피식 싱거운 웃음이 나오지만, 당대에는 극장 밖에 구급차가 대기했다는 소문이 떠돌기도 했다. 확실히, 세상은 점점 더 무서워지고, 사람들은 점점 더 공포에 둔감해지는 모양이다. 브람 스토커의 원작이 브로드웨이에서 공연되었을 때, 드라큘라를 맡은 배우는 벨라 루고시였다. 연극을 본 토드 브라우닝이 루고시를 영화 속 드라큘라로 기용한 것인데, 이 기이한 외모의 소유자는 결국 죽을 때까지 드라큘라 전문 배우로 살았다고 한다.
동유럽의 카르파티아 산중. 외지인 렌필드는 드라큘라의 소문에도 불구하고 수도원 양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드라큘라의 성을 방문한다. 물론 그는 드라큘라의 제물이 되고, 정신착란 상태에 빠져 정신병원에 수용된다. 이 병원의 의사인 시워드 박사에게는 아름다운 딸 미나가 있는데, 드라큘라는 백작으로 신분을 감추고 그녀를 공격할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 점점 쇠약해지는 딸을 걱정한 시워드는 밴 헬싱 교수를 초청하고, 교수는 백작의 정체를 의심한다. 그는 백작을 둘러싼 이상한 현상들을 종합해서 드라큘라가 흡혈귀임을 알게 된다.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의 <드라큘라>에서 드라큘라와 미나의 관계는 일방적인 폭력과 착취가 아닌, 비극적인 사랑으로 이루어졌다. 드라큘라에게는 충분히 ‘드라큘라’가 될 수밖에 없는 슬픈 이유가 있었고, 영화는 그에게 감정적으로 이입이 가능한 캐릭터를 주었다. 반면, 토드 브라우닝에게 드라큘라는 오직 타인의 피를 소유하겠다는 욕망만 이글거리는, 매우 표피적인, 세상 모든 악의 근원이다. 그러나 십자가와 거울 앞에서 당황하며 도망가는 이 나약한 드라큘라는 그 무시무시한 눈의 광채가 무색할 정도로 우습기만 하다. 드라큘라에게 연민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