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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희의 오마이이슈] 한 사람의 목숨은 지구보다 무겁다
김소희(시민) 2007-07-30

탈레반 만행의 최대 피해자는 각급 어린이집 ‘달래반’ 어린이들이다. “달래반 애들이 괴롭혀요. 잉잉.” 고자질하는 아이에게, 아침저녁 뉴스 속보를 보던 선생님은 자기도 모르게 “탈레반 애들과는 놀지 마라”고 말하지 않을까. 최대 수혜자는 마감에 앞서 표지기사가 갑자기 바뀌어 할 일 없게 된 내 뒷자리 구 서방과 부동산 차명 보유 거짓말 의혹으로 지지율이 떨어지던 이명박 아저씨가 아닐까 싶다.

탈레반이 배형규 목사를 잔인하게 살해한 배경에 대해 여러 추정이 나온다. 아프간 정부가 수감자 석방 요구에 미동도 않자 본때를 보여주려 그랬다, 온건파의 협상 주도에 불만은 품은 강경파가 저지른 일이다, 아프간 군경과 미군에 봉쇄된 상황에서 내부 결속을 위해 희생양을 삼았다, 이교도 성직자에 대한 적대감을 표출한 것이다…. 풀어주려던 8명을 다시 억류한 것에 대해서는 인도 장소였던 산 밑에 나토군 등의 장갑차와 무장 병력이 있는 걸 보고, 신변 위협을 느껴 돌아갔다는 의견이 제일 유력하다.

정부는 대통령 특사까지 파견하면서 아프간 정부와 직접 협상을 벌인다고 하지만, 사실 우리 정부나 아프간 정부나 협상의 주체는 아니다. 탈레반은 아프간 정부에 수감자 석방을 요구하고 있으나, 아프간 정부는 미국이 오케이하지 않으면 풀어주고 싶어도 못 풀어준다. 대통령 특사는 아프간이 아니라 백악관으로 가야 하는 게 아닐까 싶다.

아프간 정부는 지난 3월 피랍된 이탈리아인과 탈레반 수감자들을 맞바꾼 뒤 미국에 된통 혼났다. 아프간 집권 세력이던 탈레반이 이렇게까지 망가진 것은 9·11 테러 이후 오사마 빈 라덴을 숨겨줬다며 미국이 아프간을 침공하면서다. 미국은 아프간에 1만5천명을 파병했고, 현 정부를 꼭두각시로 세웠다. 원조 명목으로 140억달러도 줬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여러 나라가 미국의 압력으로 파병했다. 그런 미국이 지금 대목에서 “한국 정부의 인질 석방 노력을 지지한다”는 원칙론만 내세우며 뒷짐지고 있는 것은 달래반 아이들에게도 어이없는 일이다.

이슬람 악령을 무찌른다는 식의 ‘정복주의적 선교행태’에 대해서는 한국 개신교에서도 비판이 많았다. 이번에 피랍된 23명은 개종 목적의 선교가 아니라 의료 봉사에 나선 이들이다. “네 이웃의 고난을 외면하지 말라”는 가르침을 시행하기에 시기도, 장소도 안 좋았다고 비판할 수 있지만, 그에 앞서 중요한 것은 이들 각각의 목숨의 무게는 지구보다 무겁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