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에게 상속되는 건 유산뿐만이 아니다. 가족에 얽힌 저주도 그대로 물린다. 대만 감독 레스티 첸의 장편 데뷔작 <가족상속괴담>은 중국의 무속 신앙을 빌려 20년 넘게 이어지는 가족의 저주를 그린다. 영국에서 유학하던 제임스(제이슨 챙)는 먼 친척으로부터 저택을 상속받게 되자 고향인 대만으로 돌아온다. 혼자 살기엔 너무 크고 낡았지만 그는 고풍스러운 느낌이 좋다며 그곳에서 약혼녀 요(테리 콴)와 함께 살기로 한다. 하지만 집의 가장 위층에선 원인 모를 음산한 느낌이 감돌고 그곳에서 함께 파티를 했던 제임스의 친구들은 밤 12시만 되면 이상하게 다시 제임스의 집으로 모이는 기이한 경험을 하게 된다.
영화는 ‘태아 귀신 모시기’라는 중국 무속 신앙에서 시작된다. 죽은 태아의 시체를 납골당에 모시고, 사람의 피를 그 태아에게 먹이면 가문에 복을 가져다준다는 이 무속은 제임스의 조상들이 가문을 지켜온 방식이다. 하지만 이 신앙은 가문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 사람을 죽이기도 한다. 제임스 역시 어머니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의 피를 통해 태어났다. 영화가 의도하는 주제는 선명하다. 마지막까지 끊어지지 않는 가족의 저주는 집을 떠나 흩어져사는 젊은 세대와 이전 세대의 불화를 보여준다. 하지만 <가족상속괴담>은 공포영화임에도 전혀 무섭지가 않다. 집과 가족, 그 안에 존재하는 음산한 분위기가 단 한번의 임팩트도 없이 지루하게 이어진다. 영화의 분위기가 제대로 실어 나르지 못한 이야기는 영화 후반에 가서야 한꺼번에 내뱉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