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ovie > 무비가이드 > 씨네21 리뷰
성실함이 묻어나는 코미디 <에반 올마이티>

신의 뜻도, 스펙터클도 모범생적 성실로 만든 아이스크림 같다

<에반 올마이티>는 4년 전 짐 캐리에게 신의 권능을 잠시 부여해 인간사를 멋대로 주무르게 하면서 익살어린 볼거리를 만들어냈던 <브루스 올마이티>의 뒤를 잇는다. 그때 짐 캐리의 경쟁자로 심술궂은 앵커처럼 그려졌던 에반 벡스터(스티브 카렐)가 하원의원으로 당선되면서 주인공도, ‘올마이티’의 권능이 발휘되는 구조도 새판처럼 달라졌다. 세상을 바꾸자, 는 구호로 정계 진출에 성공하자 자신의 신세가 바뀌었다. 교외의 근사한 대저택으로 이사했고, 장갑차 뺨치는 튼실한 새 차도 마련했다. 등원 첫날, 실세 의원 롱(존 굿맨)에게 자신이 상정하는 법안에 힘을 모아달라는 요청을 받는데, 신의 축복 신호 같다. 세상을 어떻게 바꿀지 로드맵은 없지만 상관없는 듯하다.

진짜 신(모건 프리먼)이 예의 화이트룩으로 등장하면서 일찌감치 반전(?)이 시작된다. 맞춰놓지도 않은 새벽 6시14분에 알람이 반복적으로 울리더니, 주문하지도 않은 엄청난 양의 목재와 공구 세트가 배달된다. 출퇴근 길에는 갖가지 새를 선두로 다양한 동물 커플이 그를 에워싼다. 정치인 벡스터는 신의 깊은 뜻을 헤아리기 힘들다. 알아차린 건 새 자동차번호에 새겨진 6-14나 새벽 6시14분에 멋대로 울리던 알람의 숫자가 창세기 6장 14절, 노아의 방주 이야기를 가리킨다는 정도다. 신은 “세상을 바꾸고 싶다고 그랬잖아”라며 벡스터에게 거대한 방주를 만들라고 일방적으로 명령을 내린다. 짐 캐리 같은 전능은커녕 아내조차 이해하기 힘든 고난의 행군을 그저 수행해야 하는 벡스터, 곧 수염도 노아처럼, 복장도 노아처럼 고대인으로 돌아간다.

알고 보니 신의 뜻은 소박하고 명료하다. 신이 내린 자연을 개발의 희생양으로 삼아 거대한 수익을 뽑아내려는 음모, 아니 법안을 추진하는 정치모리배 롱 무리에게 일침을 가하려는 것이다. 사회 교과서스럽지만, 노아의 방주 소동은 아이스크림처럼 눈 끝에서 녹아내리는 달콤한 재현이다. 성서 속의 한 장면 같은 거대한 방주가 완성되고 그 곁에 모여든 엄청난 동물들, 특히 거대한 화물선 안으로 줄줄이 이어들어가는 자동차 수출행렬처럼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동물들의 방주 탑승 장면이 펼쳐진다. 해적 같은 해양영웅이나 변신로봇 같은 떼거리 영웅이 지어내는 웅장한 스펙터클은 아니지만, 모범생 같은 성실함이 묻어나는 코미디다.

관련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