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완소남(완전소심남)인 우리 아버지는 틈만 나면 “교통신호 잘 지켜라”, “공과금 제때 잘내라” 등의 잔소리를 하는데, 내 직업이 기자라서 그렇다. 공무원인 오빠한테는 “어떤 술자리에도 끼지 말라”고 닦달한다. 뇌물청탁의 마수에 걸릴 수 있으니 아예 대인 기피로 살라는 얘기다. 아버지가 특별히 도덕적이라서가 아니다. 최근 몇년간의 각종 인사청문회와 올해 대선을 앞두고 넘쳐나는 검증까지, 털어 나는 먼지 정도가 아니라 환경오염 수준의 과거들이 까발려지는 것을 보면서 칠순 넘은 노인네가 약간 정신을 잃은 것 같다(아버지, 그러니까 자녀들 직업을 봐서라도 술에 취해 지하철 타고 잠들어 종점에서 종점으로 왔다갔다하는 거, 자제하시면 안 될까요?).
유력 대선 후보인 이명박 아저씨의 재산 형성과 친인척이 얽히고설킨 투기 및 특혜 의혹, 그 밖의 여러 지인들이 등장하는 여러 회사문제로 시끄럽다. 서울시장 때 뉴타운 개발지로 정한 땅 주변에 하필이면 처남 등이 급구입한 땅이 있어 덕본 일도 우연이고, 이와 유사한 일이 현대건설 사장 때에도 전국적으로 벌어졌는데 그건 엉겁결이고, 이래저래 관여한 자금운용회사가 주가조작을 불사하며 돈 놓고 돈 먹다 망한 일은 잘 모르는 일이라면(아이고, 숨차다), 네 자녀를 유명 초등학교 보내려고 건건이 주소지를 옮긴 전력이나 소유한 양재동 건물 지하에 ‘팁 4만원’을 내건 ‘실정법과의 경계가 애매한’ 술집이 성업 중인 것은 어떤가. 이 모든 게 빈둥빈둥 놀지 않고 일하느라 신경쓸 겨를이 없었기 때문이라면 지금에라도 신경써서 해명할 일이 아닌가. 누가 봐도 처남과 큰형 등이 바쁜 아저씨 재산을 관리해주며 자기들 재산도 덩달아 불린 게 뻔한데, 동업자인 그들의 사업이라고 넘어갈 수 있을까?
더 유감스러운 일은 아저씨가 사과하거나 반성하는 법을 잘 모른다는 점이다. 한나라당 검증청문회에서 자녀문제와 관련해 “… 그래도 규정을 어긴 것은 아닌데, 합법적이었는데…”라며 말을 질질 끌고, 도곡동 땅 차명은닉 의혹에 대해서는 “돈이 내게 한푼도 안 왔다”며 억울해하는 걸 보니, ‘공적 감수성’이 아주 낮거나 비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다. 아니면 스피치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거나.
감성 교육과 말하기 교육을 등한시하는 입시 위주의 교육이 낳은 폐해는 이렇듯 크고도 오래간다(뜬금없다고? 그렇다고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