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SIYFF)가 오는 7월19일부터 24일까지 6일간 열린다. 청소년을 위한 어른들의 영화와 청소년이 만든 그들의 영화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이 영화제는 올해 26개국 100편의 영화를 10개 섹션을 통해 소개할 예정이다. 국내외 초청 장편영화는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 제너레이션 부문 초청작이자 SIYFF 개막작인 <맨 인 더 체어>를 비롯해 22편. 다큐멘터리 섹션과 한국 장편영화 초청 섹션을 포함해 4개 섹션으로 구성된다. 나머지 78편의 단편들은 국내외 초청부문과 청소년 경쟁부문, SIYFF 사전제작지원 부문, 영화제작캠프 워크숍 작품 등 6개 부문으로 나뉜다. 올해 베를린 제너레이션부문 최우수 단편영화상을 수상한 <멘즈드>와 서울여성영화제 최우수상을 수상한 <알게 될 거야> 등 국내외 유수 단편들과 더불어 다양한 주제의 청소년 단편들을 만날 수 있다.
부대행사로는 국내외 13~18살 청소년 대상의 영화캠프가 눈길을 끈다. 팀별 영화제작을 훈련하는 영화제작캠프와 청소년 단편 감상 및 토론 활동이 중심이 되는 미디어캠프가 각각 영화제 기간에 맞춰 5박6일간 있을 예정. 김용화 감독과 배우 조재현, 영화평론가 김영진이 일일강사로 참여한다. 청소년미디어교육 활성화 지원을 위한 국제영상미디어교육포럼도 열린다.
이외에도 힙합공연을 비롯해 청소년 댄스동아리들의 무대, 청소년 UCC 대회, 청소년들이 준비한 패션쇼 등 거리축제가 마련되어 있다. 제9회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 개막식은 19일 오후 종로 서울극장에서 열린다. 영화제 주상영관은 명동 씨너스. 거리축제는 명동 중앙로에서 7월20일(금)~23일(월)까지 4일간이다. 상영시간표 및 티켓 예매, 기타 자세한 정보는 영화제 홈페이지(www.siyff.com)를 참조하면 된다.
프로그래머 추천작
맨 인 더 체어 Man in the Chair 마이클 슈뢰더/ 미국/ 2007년/ 107분/ 개막작
학생영화 콘테스트에 참가하기 위해 영화를 만들게 되는 10대 소년의 이야기다. 카메론은 성격이 거칠고 부모에게도 말썽쟁이로 낙인찍힌 고등학생. 폭력, 절도 등으로 구치소에 들어갔다가 보석으로 석방된 경우도 다반사다. 낡은 극장에서 영화 보기를 즐기는 카메론은 크리스마스 휴가 3주 동안 LA영화학교 장학금이 걸린 영화제에 출품할 영화를 만들기로 결심한다. 그의 작업에 <시민 케인>의 촬영기사였다는 늙은이 플래시와 그의 친구들이 참여한다. 제목 ‘맨 인 더 체어’는 ‘감독’이란 뜻의 관용어구다. 이 영화는 스스로를 “아무것도 아닌 사람”으로 생각하는 소년과 평생을 일개 스탭으로 살아온 늙은 영화인의 관계에서 작은 꿈의 소중함을 일깨운다. 트렌디한 모던록 넘버와 감각적인 영상이 어우러진 시퀀스들이 평범한 스타일의 장면들과 공존하는 모양새는 좀 어색하지만, <시민 케인> 촬영현장에서 오슨 웰스에게 예명까지 받았던 젊은 영화인이 보잘것없게 늙었다는 영화적 설정은 두고두고 생각을 남긴다. 말하자면 가늘고 긴 삶에 대한 단상인데, 플래시 역의 크리스토퍼 플러머가 뛰어난 연기를 보여주었기 때문인지 이 단상이 익숙한 우정담, 용기, 희망에 대한 주제 등을 모두 앞지르기도 한다.
아타고오루는 고양이의 숲 Atagoal: Cat’s Magical Forest 미즈호 나시쿠보/ 일본/ 2006년/ 81분/ 장편극영화 부문 ‘아름다운 청춘’
만화가 마스무라 히로시의 원작 <아타고오루>를 애니메이션화한 작품. ‘아타고오루’는 고양이와 인간이 공존하는 불가사의한 숲이다. 참치만 주면 뭐든 오케이, 라는 말썽쟁이 고양이 히데요시가 식물여왕 필라를 가둔 봉인을 풀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다. 필라는 마법의 힘을 이용해 아타고오루 숲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고 하고, 히데요시와 두명의 인간을 중심으로 한 아타고오루 주민들이 이에 맞서 숲을 지켜내고자 한다. 꼬맹이 딸과 장난치고 놀기 좋아하고 참치 앞에 사족을 못 쓰는 괴짜 고양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웅담이 귀엽고 유쾌하다.
질 Gilles 얀 베르히엔/ 벨기에/ 2005년/ 100분/ 장편극영화 부문 ‘천국의 아이들’
12살 소년 질은 브라질의 가린차처럼 되고 싶은 어린 축구선수다. 축구광 아버지의 자상한 서포트로 더욱 열심히 축구를 했던 질은 갑작스럽게 아버지를 잃는다. 때마침 발목 부상까지 겹친 질은, 아버지의 빈자리와 앞으로 축구를 할 수 없을지도 모를 불안한 미래를 고집스럽게 정면돌파하고자 한다. <질>은 소년의 꿈을 주제로 하면서 희망과 현실의 조건 사이에서 현명한 선택을 해나가는 영화다. 소년의 시선을 반영한 판타지 장면들과 현실을 매끄럽게 엮어낸 연출도 좋고, 허무맹랑한 용기와 희망을 배제한 결론이 가슴과 머리를 동시에 설득시키는 작품.
더 보이 인사이드 The Boy Inside 마리안 카플란/ 캐나다/ 2006년/ 47분/ 다큐멘터리 부문 ‘낯설어도 괜찮아’
올해 SIYFF에서 상영될 장편다큐멘터리 4편 중 하나. 1985년부터 다큐멘터리스트로 활동해온 마리안 카플란이 자신의 아들을 소재로 찍은 DV다큐다. 마리안의 아들 아담은 자폐증의 일종인 아스퍼거장애를 앓고 있다. 아담은 또래 아이들과 정상적 소통을 하지 못하고 불완전한 사회생활에 날마다 압박을 느낀다. 죽고 싶은 생각을 할 정도가 된 아들의 목소리와 그런 아들을 받아주지 못하는 학교 친구들의 이야기, 아담의 누나, 그리고 그런 아들을 지켜보는 엄마로서 자신의 목소리를 마리안 카플란은 감정적 동요없이 차분하고 솔직하게 이어나간다. 이해를 담은 시선이 무엇인지 느끼게 해주는 다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