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던 언니들이 엎어지거나 삽질을 할 때, 사람들은 잘나가던 오빠들이 그럴 때보다 훨씬 더 ‘열광’한다. 나도 이 땅의 평균적 감성을 가진 여성노동자인지라, 배신과 변절이 팽배한 정치판이나 실력보다는 간판이 대접받는 아카데미 풍토가 못마땅하고 꼴보기 싫다. 그러던 차에 한 여성 정치인이 말을 바꿔 타거나 한 여성 교수가 가짜 학위를 들켰다면, 감정이입까지 돼 더 못마땅하고 꼴보기 싫다. 하지만 ‘그녀’들에게 곧바로 육두문자 날리는 이들을 보면 내 나름의 단죄(뭐 입으로 하는 것이지만)을 어쩔 수 없이 미룰 때가 있다.
‘박근혜의 입’이었던 전여옥 한나라당 의원이 ‘샐러리맨의 신화’를 일궜다며 이명박 아저씨 급지지를 선언하기 전날, ‘큐레이터 신화’를 일으켰던 신정아 동국대 교수가 다니지도 않은 미국 대학에 다녔다 하고 남의 논문을 자기 논문이라고 사기 친 사실이 들통나 학교에서 잘리고 광주비엔날레 총예술감독 내정도 취소됐다. 이틀 동안 사람들은 푸짐한 안줏거리를 제공받았다. 전 의원은 또 그 전날 자신의 책 <일본은 없다>에 표절 의혹을 제기한 매체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패소해 스타일 구긴 상태였다. 신 교수는 올해 초 대한민국 미술대전 수장작 선정 비리 문제에 목소리 높여 눈길을 끌었다. 전 의원은 자충수를 뒀다고 씹히고, 신 교수는 사이코패스라고 맞았다.
크게 해먹은 남자는 종종 있어도 그런 여자는 많지 않고, 낯 두꺼운 남자는 발길에 채이지만 그런 여자는 드물어서일까. 두 언니의 ‘모럴 해저드’는 문제이지만, 응당 해야 할 욕 이상을 하거나 응당 해야 할 욕 외의 다른 욕을 하는 것은 ‘오럴 헤저드’가 아닐까 싶다.
여자들이 학교와 가정의 울타리를 벗어나면 도처가 지뢰밭이다. 때론 공부 잘하고 야무진 ‘알파걸’보다 공부 못하고 덜떨어진 (내 맘대로 이름 붙이자면) ‘베타걸’들이 세상 적응을 잘한다. 실패의 경험 없는 여자의 위기상황에 대한 부적응 정도는 그런 남자나, 실패 경험 있는 여자에 견줘 훨씬 심란하고 위험하다. 운 좋게 지뢰를 피해 꿈꾸던 고지에 다다른 뒤에도 마찬가지다. 남자들이나 베타걸들은 그곳을 출발점으로 여기지만 일군의 알파걸들은 쉽게 도착지로 믿는다. 긴장이 풀어지고 욕망을 조절 못한다. 그 결과 오럴 헤저드를 조장한다. 이 모든 게 ‘보이스, 비 엠비셔스’의 성차별적 가르침 탓이라고 돌리기에는, 언니들, 혼자서 너무 ‘걸스, 비 엠비셔스’ 했잖아. 나도 말 좀 하고 살게,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