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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경, “내가 다시 이만큼 연기를 할 수 있을까?”
문석 사진 이혜정 2007-07-13

강민우 역의 김상경

김상경에게 <화려한 휴가>는 아주 특별한 경험이었다. 주인공인 택시기사 강민우 역을 맡았던 그는 이 영화를 촬영하는 내내 5월 광주 영령들의 시선과 보살핌을 느꼈다. 그가 간증하는 ‘믿을 수 없는 체험’의 리스트는 아래 다 적지 못할 만큼 다양하고 많다. 그러나 그가 <화려한 휴가> 작업을 매우 만족스럽게 여기는 것은 그런 영묘한 기운 때문만이 아니다. 특히 홍상수 감독과 가진 2번의 작업 외에는 심드렁하게 말하는 이 독특한 배우에게서 “정말 모든 게 만족스럽고 다 재밌었다”는 이야기를 듣기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김지훈 감독이나 안성기, 박철민 같은 배우들과 깊은 교감을 나누는 도중 까칠했던 성격도 맨들맨들해졌으니, 김상경에게 이 영화는 정말 ‘화려한 휴가’처럼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화려한 휴가>는 촬영 전부터 큰 기대를 걸었던 것 같다. =시나리오를 읽고 난 다음 느낌이 어떤 것이었냐면, 낚시를 하다가 물고기가 바늘에 걸렸을 때 손에 느낌이 딱 오잖나. 처음 읽을 때 많이 울었는데 두 번째 읽는데도 눈물이 나더라. 그래서 바로 하겠다고 결정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좋았나. =만일 주인공이 지식인이었으면 꺼렸을 텐데, 아주 평범한 사람들, 특히 내가 맡을 역할이 택시기사란 게 좋았다. 또 전반적으로 무거운 이야기인데 웃음을 주는 부분도 많았다.

-왜 본인에게 강민우 역할을 제안했다고 생각하나. =<살인의 추억> 때도 일순위가 이병헌씨였듯이 이번에도 내가 일순위가 아니었던 것으로 안다. 그러나 영화마다 운명이 있는 법이다. 하여간 이건 평범한 택시운전사인데 정우성씨가 하겠냐, 이병헌씨가 하겠냐. 이번에 <대왕 세종>에서 세종대왕을 맡게 됐지만 그 역할을 (송)강호 형이 하겠나, (설)경구 형이 하겠나. 강민우도 나랑 잘 맞는 것 같다.

-1980년 광주라는 소재에 대한 부담은 없었나. =나는 오히려 광주를 다루는 영화가 꼭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5·18에 대한 영화를 하려고 했을 거다. 봉준호 감독도 전화하더니 ‘내가 언젠가 꼭 다루고 싶었는데 결국 다른 사람이 하는구나’라고 말하더라.

-영화를 위해 특별히 준비한 게 있나. =사실 대학 다닐 때도 연극하고 그러느라 5·18에 관해 잘 몰랐다가 이번에 공부도 많이 하고 느낌도 많이 받은 것 같다. 영화에 들어가기 전 그분들께 인사하는 게 예의라는 생각에 나 혼자서 망월동 묘역에 갔다. 묘비에 새겨진 글을 보는데 눈물이 나더라. 그리고 묘역 옆에 영상자료실에 가보니 당시 찍은 사진들이 전시돼 있는데 더 슬프더라. 거기에 교복을 입은 중학생 사진도 있는데 (이)준기가 연기하는 내 동생의 느낌일 것 같았다. 그래서 휴대폰 카메라로 사진을 찍었다. 여러 명의 사진을 함께 찍어뒀고, 촬영하면서 힘들 때마다 그분들을 보곤 했다. 망월동은 촬영이 끝나고 나서 다시 한번 찾았다. 다시 영상자료실에 가서 무사히 끝나게 해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리곤 그분들 사진을 다 지웠다. 이제 잘 가시라고.

-나이나 경력으로 보면 배우들 중에서 딱 중간이라 허리 역할을 해야 했겠다. =현장에 까탈스러운 사람이 없었다. 박철민 선배나 안성기 선배님이나 모두 재미있고 분위기 메이커였다. 당연히 분위기가 좋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내가 굳이 뭔가 역할을 할 필요도 없었다.

-촬영하다가 7시간이나 울었다고 하던데. =극중에서 굉장히 슬픈 장면이 있는데, 거기서 그랬다. 눈물 연기라 해도 컷 사인이 나면 그치고 하는데 이번엔 멈춰지지 않더라. 계속 눈물을 흘리니까 스탭들이 일을 못하더라. 그래서 복도에서 혼자 울었다. 나에게도 굉장히 특별한 경험이었다. 그러니까 이 역사적 사건이 그만큼 힘이 있다는 얘기인 것 같다.

-이번 영화에 굉장히 만족한 것 같다. =<극장전>을 할 때만 해도 과연 내가 다시 이만큼 연기를 할 수 있을까 싶었다. 그런데 이번에도 그런 생각을 했다. 이런 영화를 또 찍을 수 있을까 하는. 3편 중 1편이라도 이런 작품을 만나면 너무 행복할 것 같다.

-한국영화의 부진 때문인지 <화려한 휴가>에 대한 기대가 크다. 부담은 안 되나. =나는 <살인의 추억> 당시와 비슷한 것 같다. 당시도 그 영화가 망하면 한국 영화계가 큰일난다고 했다. 그런데 보란 듯 흥행에 성공했잖나. 얼마 전에 꿈을 꿨는데 광화문 위에서 곤룡포를 입은 분이 날보고 손짓을 하더라. 좋은 조짐 아닌가.

-대하드라마 <대왕 세종>에 캐스팅된다는 징조 아니었을까. =결과적으로 그렇게 됐는데, 그 꿈 말고도 길몽을 많이 꿨다. 내가 원래 점 좀 보잖나.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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