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이야기의 독창성은 사랑이 아니라 이별을 묘사하는 것에서 나오는 것 같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영화화한 사노 도모키 감독의 <변신>에서, 이별의 계기는 남자의 다중인격자로의 그로테스크한 ‘변신’이다. 공장 노동자인 쥰(다카미 히로시)이 뇌수술을 받고 깨어나는 시점에서 이야기는 시작한다. 불의의 사고로 총알이 박힌 자신의 뇌가 다른 사람의 뇌로 대체되었다는 사실이 드러났을 때 적어도 세 가지 의문이 생겨난다. 누가 기증자인가? 총을 쏜 범인은 누구인가? 그리고 ‘나’는 누구인가? 쥰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분석하는 병원의 분위기 또한 심상치 않다. 쥰 자신이 두 가지 인격 사이를 왕래하면서 그만을 바라보는 연인 메그(아오이 유우)의 상처는 깊어만 간다. 흥미로운 것은 그를 점령한 두개의 ‘나’가 각각 나름의 애틋하고 소중한 기억과 결부되어 있음에도 그 결합 효과는 폭력과 광기로 묘사된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하나의 신체 안에서 뻗어나가는 파편화된 시간들 각각은 아름답지만 그것의 (인위적) 연합은 위험하며 파괴적이기까지 하다는 근대성 비판을 함축하고 있다.
엉성한 플롯과 일방적으로 사랑을 쏟아붓는 아오이 유우의 배역은 보는 이를 거북하게 한다. 영화는 그녀의 솔직한 욕망을 드러내는데, 그녀가 정말 사랑하는 것은 쥰의 존재 자체가 아니라, 쥰이 그린 그녀의 그림, 즉 그 남자의 망막에 맺힌 자신의 상임을 보여준다. 마지막 장면에서 그녀가 “쥰의 존재 자체가 사라지는 걸 지켜볼 수 있게 해줘!!”라고 외칠 때 마음은 한층 복잡해진다. 왜 그녀는 고대신화의 누구처럼 For get me not이라고 직설적으로 말하지 못한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