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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의 줄다리기 <미필적 고의에 의한 여름휴가>

욕망의 지형도 위에서 펼쳐지는 위태로운 균형감각

미리엄(마르티나 게덱)과 앙드레는 아들 닐스와 그의 여자친구 리비아(스베아 로드)를 데리고 여름휴가를 떠난다. 미리엄은 열두살이라는 나이에 비해 지나치게 성숙한 리비아가 처음부터 마음에 걸린다. 아들과 보트를 타러 나갔던 리비아는 빌이라는 남자와 함께 돌아와 그를 가족에게 소개한다. 이때부터 어린 연인들과 미리엄 그리고 빌과의 미묘한 긴장관계가 시작된다. 아들의 친구이자 아직은 미성년자인 리비아를 보호한다는 명목하에 시작된 미리엄의 간섭은 점차 그녀가 빌에게 이성적으로 끌리게 되면서 이상한 라이벌전으로 변질되기 시작한다. 이로 인해 평범하고 안전해 보였던 한 가족의 여름휴가는 욕망이 교차하는 심리전으로 탈바꿈한다. 처음에 보호자적인 태도를 취했던 미리엄이 점차 자신의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관계의 권력구조를 교묘하게 이용하는 모습을 통해 인간의 이중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일체의 인위적인 사운드를 배제함으로써 이 영화는 욕망의 줄다리기를 일체의 심리적 과장 없이 담담하게 드러낸다. 이 영화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요트 타기 에피소드는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욕망의 지형도를 압축적으로 표현하는 데 효과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누가 누구와 보트를 탈 것인가의 문제가 그들 사이의 관계의 변화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바람과 물을 타기 위해 돛을 올리고 그때그때 적절하게 자리를 옮겨야만 원하는 목적지에 안전하게 도착할 수 있다는 사실은 그들의 애정 관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영화는 적절하지 못한 자리 바꾸기와 그로 인한 예측할 수 없는 관계변화 그리고 그로 인한 죄의식을 강하게 상기시키며 급작스럽게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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