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킨> EBS 7월7일(토) 밤 11시
킨(데미언 루이스)은 6개월 전 어린 딸이 납치된 뒤, 정신분열증에 시달리고 있다. 그는 딸을 찾기 위해 뉴욕 거리를 방황하며 마약과 알코올에 의존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낸다. 영화는 딸의 생사여부나 납치된 경로 혹은 킨이 딸과 보낸 행복했던 과거에 대해서조차 언급하지 않는다. 카메라는 딸을 잃어버린 장소와 뉴욕의 뒷골목을 맴도는 한 남자의 외로운 걸음에 핸드헬드로 동행한다. 그는 딸을 데려간 누군가와 혹은 그 사건과 싸우고 있는 것이 아니라 딸을 지켜내지 못한 자기 자신과 싸우고 있는 것이다. 죄의식. 그는 스스로를 벌하고 있다. 영화는 중반까지 특별한 사건을 만들지 않으며, 모든 것을 잃은 뒤 처절하게 홀로 삶을 꾸려가야 하는 남자의 내면에 집중한다. 카메라는 남자를 바짝 따라가며, 그를 낡은 호텔이나 공중 화장실처럼 폐쇄된 공간으로 밀어넣고 숨막힐 듯한 공기 속에서 그의 고독과 고통을 끄집어낸다. 그러나 이토록 자기 세계에 고립되어 있던 킨에게 사랑과 상처를 나눌 만한 상대가 나타난다. 킨은 자신보다 경제적으로 빈곤한 여자와 그녀의 딸(애비게일 브레슬린)에게 도움을 주면서 조금씩 위로를 얻는다. 딸을 잃어버린 남자에게 그 딸을 상기시키는 소녀가 나타났을 때, 그는 무엇을 선택할 수 있을까. 가장 행복한 결말은 이 세 사람이 서로의 결핍을 채우며 가족을 이루는 것이지만, 영화는 현실적으로 그것이 얼마나 불가능한 일인지를 외면하지 않는다. 영화는 자신의 것이 아닌 행복을 눈앞에 둔 남자가 겪을 수밖에 없는 심리적 변화와 갈등을 한참 동안 들여다본다. 그래서 슬픔, 죄의식, 상실감의 고통을 거쳐 결국 그가 택한 결정은 보는 이의 마음을 아프게 만든다.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남자와 정신적으로 노숙한 소녀의 소통과 우정은 이 영화에서 가장 따뜻하고 감동적인 부분이다. 영화가 끝나는 순간까지 극의 흐름을 주도하는 데이언 루이스의 위태로움과 애비게일 브레슬린(<미스 리틀 선샤인>의 올리브!)의 무덤덤함은 훌륭한 연기 앙상블을 보여준다. 데뷔한 이래, 약 5년의 간격을 두고 작품을 발표해온 로지 케리건에게 <킨>은 세 번째 장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