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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스틱 청춘의 밝은 미래
정재혁 사진 오계옥 2007-07-05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홍보대사 피판가이로 선정된 이완

피판가이(Pifan Guy), 어감이 청량하다. 큰 눈과 구릿빛 피부, 환한 미소의 이완은 여름날의 바다처럼 뜨겁지만 시원하다. 영화제 홍보대사를 맡긴다면 무엇보다 여름에 열리는 부천이 아니었을까. 실제로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홍보대사로 선정된 이완은 인터뷰 장소에도 소매가 없는 하얀 셔츠에 흰색 바지를 입고 나타났다. 머리는 무협영화의 남자처럼 뒤로 흩어 묶었다. 수영코치로 출연했던 드라마 <해변으로 가요>의 장태풍이 생각난다. 혹은 예전에 방영됐던 누나 김태희의 휴대폰 번호를 알려주는 모 이동통신사의 CM. 노란색 셔츠를 입고 귀여운 남동생의 애교를 부리던 그는 누나의 휴대폰 번호를 기계음으로 처리했다. 뚜, 두, 두, 둥. 음을 달리한 소리가 판타스틱하게 들린다. 판타스틱. 이완이 좋아하는 영화도 “잔잔하기보다 스펙터클하고, 이미지가 충격적이며 약간 현실적이지 않은, 판타스틱한 영화”다. 부천영화제의 섹션을 빌리자면 “금지구역”. “낯을 가리긴 하지만” 그는 친구들과 함께한 자리에선 “분위기를 리드”하고, 어릴 때에는 “축구공을 들고 쉬는 시간마다 밖에 나가 뛰어놀던 깡마른 아이”였다. 무엇보다 그는 뜨거운 햇살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어깨를 지녔다.

하지만 그동안 그가 거쳐간 인물들은 여름보다 겨울을, 햇빛보다 그늘을 더 닮았다. 드라마 <천국의 계단>의 어린 한태화나 일본에서 찍은 영화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의 쿠로도. 그의 큰 눈망울은 어둠을 채우고 말문을 닫았다. <천국의 계단>의 후속편과 같은 <천국의 나무>에서도 그는 우수(憂愁)의 이미지를 이어갔다. 어머니와의 이별을 뒤로 스스로를 모서리에 몰고 간 남자. 그는 이상하게도 이야기를 만나면 어둠의 주인공이 됐다. <천국의 계단>의 인기로 일본에서 이미 한편의 영화를 찍은 그는 2006년 한국에서 또 한편의 영화를 마쳤다. 제목은 <소년은 울지 않는다>. 6·25전쟁 직후 밀수시장에서 건달들과 거래를 하며 살아가는 두 소년의 이야기다. “내가 맡은 종두는 다혈질이고, 말보다 주먹이 앞서는, 하지만 의리와 정이 있는 남자다.” 그는 이번 영화를 찍으며 처음으로 “슈거글라스에 머리를 맞아봤”고, 대역없이 모든 액션신을 소화했다. 양주병으로 10여 차례 머리를 맞는 동안에는 멍과 혹이 늘었다. 역시 그는 스크린에서 웃음 대신 울음을 택했다. 앞으로도 남자답고, 과묵한 캐리터를 계속할 거라고 한다. “아직까지 정확히 잡힌 것도 없으니 무언가 탈피하고 싶은 이미지는 없다. 내가 처음 연기했던 <천국의 계단> 같은 캐릭터를 아직은 더 해보고 싶다. 그게 편하기도 하고. 나중엔 다른 쪽을 해보고 싶지만.” 찡그린 태양의 아픔은 더 깊이 전해진다.

이완의 시작은 화려했다. 단 3화 드라마(<천국의 계단>) 출연 이후 바로 미니시리즈 <백설공주>의 주인공 역을 꿰찬 그는 이후에도 드라마 <작은 아씨들>로 작품을 이어갔다. “<천국의 계단>의 역할이 반응이 좋았다. 주위에서 많이들 좋아해주니까 이게 그냥 하는 건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라. 좀 들떠있기도 했고.” 하지만 동시에 그는 거품도 느꼈다. <작은 아씨들> 때부터 “인기에 대한 거품이 빠져나갔”고, 그는 “연기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했다. “이제는 거품을 빼고 열심히 연기해보자”고. 그 거품에는 톱스타 김태희의 몫도 있다. 이장수 PD(<천국의 계단>)가 김태희의 지갑에서 이완의 사진을 본 것이 그의 데뷔 시작점이니, 그가 누나에게서 자유롭긴 꽤 힘들었을 것 같다. 그가 했던 대부분의 인터뷰에도 누나 김태희에 대한 질문이 들어가 있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기분 좋은 웃음으로 이를 넘겨버린다. “기자님 누나가 모든 게 매우 잘된 상태다. 그때 사람들이 좋겠다며 물어봐주면 기분 좋지 않나. 물론 10개 질문 중 10개 모두 누나 것만 물어보면 ‘누나한테 물어보세요’라고 하겠지만, 두세개 물어보는 건 아무렇지 않다. (웃음)”

이완은 여전히 싱그럽다. 그가 지나간 작품 속 어둠과는 별개로 그는 사람을 웃게 만든다. 현재 대학에서 체육학을 전공하고 있는 그는 연기가 아니었으면 요리 혹은 체육교사를 했을 거라고 한다. 이유는 “누군가에게 서비스하는 게 좋아서”다. 서비스. 실제로 그는 어릴 때 둘째누나인 김태희에겐 “볶음밥을 만들어주면서 즐거움”을 느꼈고, 올 7월 일본에서 방영될 <후지TV> 드라마 <목련꽃 아래서>에서 맡은 음대생 역할에 대해서는 “활발한 대학생 역이라 좋았다”는 소감을 남긴다. 영화도, 드라마도 아직은 모두 새 출발이라 생각하는 이완. 어둠을 발판으로 빛을 만들어내는 젊음이라면, 그의 서비스를 받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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