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보다 수년이나 뒤떨어진 휴대폰 모델이 이제야 판매되고 있지만, 미국인들 역시 휴대폰의 미디어 기능에 상당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출시를 앞두고 TV광고를 시작한 애플사는 이 같은 미국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위해 모델의 손만 보여주면서 아이폰의 다양한 기능과 터치 스크린으로 된 ‘힙’한 디자인을 극적으로 강조했다. ‘아이폰’의 출시는 소비자들만 들뜨게 하는 것은 아니다. <뉴욕타임스>와 <타임매거진> 등 대부분의 미디어 역시 아이폰 출시를 다양한 내용의 기사로 다루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미 디즈니사와 파라마운트, 브에나비스타/터치스톤, IFC필름스의 영화들을 아이튠을 통해 공급하고 있는 애플사가 휴대폰 업계에까지 뛰어들었으니, 이제 모토롤라 등 타 휴대폰 업체들도 유니버설스튜디오나 타임워너 등 대기업과 영상 매체에 대한 논의를 훨씬 수월하게 할 수 있게 됐다고 보도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전 파라마운트픽처스 대표 셰리 랜싱은 식견있는 할리우드 전문가를 찾던 ‘퀄컴’사에 들어갔고, 영화 <10일 안에 남자친구에게 차이는 법>의 프로듀서 크리스틴 피터스는 대학생을 타깃으로 한 휴대폰 서비스 업체 ‘제로 모빌’(Xero Mobile)에 스카우트됐다.
그러나 아이폰의 미래가 완전히 밝은 것만은 아니다. 현재 애플사는 아이튠을 통해 일반 DVD 판매가 좀더 싼 가격(9.99∼14.99달러 정도)에 500여편의 영화를 공급하고 있어 워너브러더스나 이십세기 폭스 등의 메이저 스튜디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스튜디오들은 애플사쪽에 가격을 더 내리고 저작권 보호를 보증하지 않는 한 거래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게다가 애플은 미국 내 휴대폰 서비스 시장의 90%가량을 점유하고 있는 버라이존과 스프린트, AT&T, T-모빌 중 오로지 AT&T하고만 서비스 계약을 맺었다. 아이폰이 아이포드와 같은 저변 확대에 성공하려면 나머지 대기업과도 연계가 이루어져야만 한다. 그러나 미국 소비자들은 대기업 휴대폰 서비스 업체들의 터무니없는 계약기간과 통화료 계산방식, 다수의 전화 불통지역, 업체마다 각기 다른 고정 이메일만 확인 가능하다는 점 등 수많은 불편을 겪어왔다. 고화질로 영화까지 즐길 수 있고 사용도 간단하며, 스타일리시하고 가지고 놀기 편한 아이폰에 매력을 느끼는 것이야 당연한 이치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