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국민들이 투표권을 갖게 됐다. 헌법재판소가 국내에 주민등록이 돼 있지 않다는 이유로 재외국민들에게 선거권을 주지 않는 현행 공직선거법과 국민투표법은 헌법에 불합치한다고 결정했으니, 당장은 아니지만 ‘혹시나’ 관련법 개정을 서두르면 이번 대선부터도 투표는 가능하다. 헌재는 2008년 말까지는 관련법을 개정하도록 했다. 하지만 ‘역시나’ 그전에는 정치권이 쉽게 움직이지 않을 것 같다. ‘득표 트라우마’가 큰 탓이다.
전체 재외국민의 수는 장·단기 체류자를 합해 660만명이 넘고, 이중 새로 유권자에 포함될 이들은 280만명에 달한다(2005년 기준). 역대 대통령 선거의 1, 2등 표차를 훌쩍 넘는 수치다. 지난 대선 때에는 58만표도 차이가 안 났고 그전 대선에서는 불과 39만500여표 차이였다. ‘한줌도 안 되는’ 표차로 ‘10년 세월을 잃어버렸다’며 억울해하는 이들과 있는 표 없는 표 긁어모으려고 선거연합이라는 자해공갈까지 감행해 당선된 뒤에도 줄곧 ‘비주류 마인드’에 머물러 있는 이들이 이 문제에 머리를 잘 맞댈지 의문이다. 선관위는 투표 절차와 관리를 위해서는 적어도 선거 6개월 전에는 입법이 돼야 한다고 말한다.
재외국민 참정권 운동은 재일동포 이건우씨의 노력으로 지금과 같은 결실을 맺게 됐다. 유신 시절 한국 유학생이기도 했던 그는 1995년 재일국민 10명과 뜻을 모았다. 1997년 헌법소원을 냈고 각 대선 후보 진영을 찾아 약속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약속은 안 지켜졌고 1999년 헌재는 “납세·병역 의무를 지지 않는 이들에게 선거권을 인정할 필요 없다”고 결정했다. 하지만 헌재는 이번에 “헌법은 국민의 기본권 행사를 납세나 국방의 의무 이행의 반대급부로 보고 있지 않다”면서 과거 판례를 뒤집었다.
몸도 마음도 책임도 무엇보다 돈(!)도 외국에 다 가 있는 사람이 참정권 행사까지 하는 건 온당치 않다는 주장이 있고, 각종 정보가 먼 이들이 정치집단의 이해관계에 휘둘릴지 모른다는 우려도 있다. 사실 후보들이 해외 원정 공연, 아니 운동까지 다니면, 지금보다 몇배는 더 피곤할 수도 있다.
이번 결정이 우리 사회의 공동체성에 대한 생각을 ‘시프트 업’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까? 우리를 먹여살리는 수많은 이주노동자들에게도 같은 잣대를 댈 수 있을까? 투표는 다문화 사회에서 내가 누군지 말할 수 있는 유효한 수단이다. 그런데 왜 이렇게 답답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