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모튼(조시 하트넷)은 자폐증의 일종인 아스퍼거스 증후군을 앓고 있다. 세상 모든 것을 숫자로 환원해서 보고 천재적인 계산능력을 소유하고 있지만, 그 때문에 매번 직장에서 쫓겨난다. 그가 기댈 곳은 비슷한 장애를 가진 친구들의 모임과 집안 구석구석에서 키우는 새들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이사벨 소렌슨(라다 미첼)이라는 매력적인 여인이 모임에 가입한다. 예술적인 재능이 풍부한 이사벨은 과거의 상처와 돌출적인 행동으로 사회에 스며들지 못한다. 그런 그녀와 도널드는 처음 본 순간부터 서로에게 빠져든다. 세상에서 이해받지 못하는 두 남녀는 그 누구보다 자신을 이해할 수 있는 상대를 만나 사랑을 시작한다. 그러나 이들의 사랑은 판타지 속에서 무럭무럭 뻗어가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세상 한가운데에 있기 때문에 고통을 피하지 못한다. 물론 영화는 로맨틱코미디의 겉옷을 입고 있는 만큼, 극단의 고통으로 치닫기보다는 이들의 내면적 갈등을 잔잔하게 들여다본다.
도널드와 이사벨의 첫 만남과 자폐증자들의 모임을 보여주는 전반부는 인물들의 관계나 내면에 다소 피상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자폐증자들의 전형적인 증상들을 나열하고 소비하며 흥미로운 구경거리로 만들고 있다는 의심도 들게 한다. 전반부의 상황들은 그만큼 우연에 기대고 있고 설명이 필요한 시점에 설명을 생략하고 있다. 그러나 도널드와 이사벨이 서로를 받아들이며 세상과 부딪치고 내면의 울타리와 충돌하기 시작하는 중반부터 영화는 자신의 길을 찾아간다. 영화는 이 외로운 증상들을 동정하거나 정면으로 사회를 비판하지 않는다. 세상에서 고립된 이들의 내면에 낭만적인 시선으로 접근하지도 않는다. 대신, 사랑이라는 가장 내밀한 풍경을 통해 자연스럽게 이들의 아픔과 욕망, 그리고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는 사회의 편견을 보여준다. 이를테면 ‘정상’의 범주에 들고 싶은 남자와 자신의 광기를 그대로 인정하고 싶은 여자의 갈등. 혹은 누군가로부터 구제받는 것 같아 결혼을 부정하고 싶은 여자의 마음. 미래에 대한 약속 없이도 지금 이 순간 곁에 두고 싶은 관계. 이는 자폐증을 바라보는 세밀한 시선이기도 하지만, 사랑의 본질에 대한 성찰이기도 하다. 자폐증자들의 사랑이라서 ‘비정상’적이고 힘든 게 아니라, 사랑이라는 것 자체가 처음부터 사회적 ‘정상’의 기준이 깨지는 지점에서 시작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