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영화팬들이 폭도로 돌변했다. 6월15일 남인도영화 <시바지: 더 보스>(Sivaji: the Boss)의 상영이 기술적인 문제로 일부 극장에서 6시간 가까이 지연되거나 완전히 취소되자 화가 난 관객이 극장을 공격하는 일이 벌어졌다. 특히 셀랑고르주 주도 클랑의 스리 인탄 극장을 찾은 관객은 스피커를 부수고 스크린과 커튼을 찢었으며 의자를 박살냈다. 일부는 극장에 불까지 질렀다. 이후 극장 바깥에 운집한 그들은 표의 환불은 물론 자동차 기름값과 교통비 반환을 요구하며 난동을 부렸다. 이보다 북쪽에 위치한 라왕에선 관객 중 일부가 병을 던지고 유리 진열장을 깨면서 주먹다짐이 오갔다. 해당 영화를 배급한 피라미드 사이미라 극장 체인 대표 S. 벨 파리는 “맞다. 우리는 6월12일 사소한 기술적 문제를 발견하고 놀랐다. 53개 극장 중 오직 40곳에서만 영화를 상영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진심으로 팬들의 격렬한 반응에 사과를 표한다”고 덧붙였다. 시간을 허비한 관객의 원성은 매서울 정도다. 영화 상영을 5시간 동안 기다렸다는 D. 카르딕은 “제시간에 시작할 수 없었다면 영화 상영을 왜 그렇게 광고했는지 모르겠다”며 울분을 토했다. 이번 사건으로 입은 피해는 56만링깃가량. 16만5천달러에 이르는 금액이다.
타밀족이 전체 인구 중 10%를 차지하는 말레이시아에서 힌디어나 타밀어로 제작되는 인도영화들은 매우 중요한 오락거리다. 게다가 남인도의 슈퍼스타 라지니칸스가 출연하는 <시바지: 더 보스>는 일찍이 말레이시아 박스오피스를 재수립할 영화로 손꼽힌 대작 프로젝트였다. 인도영화의 기준에선 블록버스터급에 달하는 1500만달러 이상의 제작비가 소요돼 가장 비싼 인도영화로 기록되기도 했다. 말레이시아에서 폭력사건이 드물다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 이번 사건은 <시바지: 더 보스>에 대한 말레이시아 영화팬들의 폭발적인 기대를 방증하는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