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극장가의 블랙 먼데이?! 6월18일 월요일 스페인 전체 극장의 90%가 영화 상영을 단체로 거부했다. 현재 의회에서 통과를 앞두고 있는 스크린쿼터제 현행 유지 법안에 대한 반대 시위를 벌인 것. 시위를 주도한 ‘스페인극장연합’(FECE)은 자국 내 전체 스크린의 93%를 차지하는 3770개 스크린이 이번 시위에 동참했으며, 이날 하루 파업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100만유로에 이른다고 전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스크린쿼터제는 스페인영화나 유럽영화가 극장 내 전체 상영의 25% 이상을 차지해야 한다는 것으로, 이미 과거 65년 동안 효력을 발휘해왔다. 최근 스페인 내각이 스크린쿼터 현행 유지 법안을 결의했고, 연내에 의회 통과를 내다보고 있던 상황에서 갈등이 빚어진 것이다.
FECE는 “EU가입국 중에서 스크린쿼터제가 있는 나라는 스페인밖에 없다”며 “스크린쿼터로 인해 지난 6년간 극장쪽이 입은 손실은 10억유로에 달한다. 이는 반헌법적이고 부당하며, 쓸모없는 제도”라고 주장했다. FECE가 스크린쿼터제 폐지의 근거로 가장 강력하게 내세우는 것은 스페인 관객이 자국영화나 유럽영화를 선호하지 않는다는 것. 실제로 지난 한해 스페인에서 할리우드영화를 찾은 관객 수는 8만7천여명인 데 비해, 스페인영화와 유럽영화가 동원한 관객 수는 3만3천명에 그쳤다. 최근 한 여론조사 기관이 실시한 설문에서 58%의 응답자는 자국영화를 “지루하고 재미없는 것”으로 평가했으며, 마지막으로 본 10편의 영화 중 자국영화가 한편 이상 있다는 사람은 전체 응답자의 26%에 불과했다. FECE의 대표 라파엘 알베로는 “극장은 관객이 원하는 영화를 상영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법안이 통과되면 많은 극장들이 문을 닫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만약 정부가 사람들이 스페인영화를 더 보길 원한다면, 일단 영화를 좀더 잘 만들라고 해야 할 것 아니냐”라고 주장했다.
극장 관계자들의 대대적인 반발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입장은 확고하다. 자국영화를 보호하고 발전시키는 차원에서 스크린쿼터제가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 스페인 정부는 과거 94년 극장들이 스크린쿼터제 폐지를 요구하며 비슷한 시위를 벌였을 때도, 별도의 조치를 취하지 않은 바 있다. 예술영화전용관 등 FECE의 행보에 동의하지 않는 극장들도 존재한다. 스크린쿼터제 유지를 찬성하는 대표적인 극장 체인 ‘르누아르’의 대표 엔리케 곤살레스는 “스크린쿼터제는 이 세상에 미국영화가 아닌 다른 영화들도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극장들의 손실은 스크린쿼터 때문이 아니라, 최근 5~6년간 관객 수는 일정한 데 비해 극장들이 과도하게 난립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