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와 그녀의 고양이> <별의 목소리>로 국내에도 두터운 팬층을 확보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신작. 각본, 원화, 연출 등을 일임하는 1인 제작방식으로 파란을 일으킨 감독이 팀 작업으로 전환한 뒤 내놓은 두 번째 작품으로, 3개의 단편이 옴니버스로 구성되어 있다. 첫 에피소드 <벚꽃 이야기>는 전학으로 헤어지게 된 단짝 다카키와 아카리가 재회하기까지 과정을, 두 번째 에피소드 <코스모나우트>는 다카키를 짝사랑하는 카나에의 이야기를, 마지막 에피소드 <초속 5센티미터>는 성인이 된 다카키와 아카리의 후일담을 담는다.
세 단편을 아우르는 제목이기도 한 ‘초속 5센티미터’란 벚꽃이 떨어지는 속도를 의미하는데, 감독은 그 밖에도 일상을 구성하는 다양한 속도들을 대입해가며 사람과 사람의 마음이 맞닿는 지점에 관해 이야기한다. 티끌 하나 묻어나지 않을 것처럼 순수한 사랑, 헤어짐과 애절한 그리움. 전작들을 관통해온 테마는 <초속 5센티미터>에서도 변하지 않았고, 감독 특유의 소녀적 감수성 역시 여전하다. 순정만화에서 오려낸 듯한 인물들의 모습이 종종 닭살을 돋우기도 하지만, 텅 빈 교실의 책상 위로 비스듬히 떨어지는 형광등 불빛, 차창에 기댄 이의 어깨에 녹아드는 석양 등 일상의 순간을 포착해 아련한 감성을 새겨넣는 섬세한 연출은 추억과 순수의 세계로 관객을 흡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