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주앙의 잃어버린 일기> 더글러스 에이브람스 지음, 랜덤하우스 펴냄
돈 주앙의 일기가 발견되었다. 스페인의 황금시대인 1593년 세비야에서 쓰인 것으로 추정되는 일기다. <돈 주앙의 잃어버린 일기>의 첫 대목, 저자인 더글러스 에이브람스의 이름으로 적힌 일종의 서문은 ‘진짜일까?’ 하는 호기심을 유발한다. 사실 돈 주앙이 실존 인물인지가 여전히 명백히 밝혀지지 않은 상황임을 감안하면 돈 주앙의 친필 일기 존재는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지만, 분명한 것 한 가지는 <돈 주앙의 잃어버린 일기>가 소설이라는 점이다. <돈 주앙의 잃어버린 일기>는 진짜일까 아닐까 궁금하게 만드는 도입부부터 팩션 특유의 호기심 자극에 능하다.
“여자의 욕망은 마지막 숨을 거둘 때까지 죽지 않아.” 돈 주앙은 그런 여자들과 사랑을 나누며 살아가는 남자다. 36살이 된 돈 주앙은 일기에 삶을 기록하는 목적을 분명히 밝히고 시작한다. 그는 열정의 기술과 여성의 성스러움에 대해 배운 것을 후대에 전하기를 원한다고 말한다. 후대의 모든 사람을 자손으로 생각하고 그들에게 그가 특권을 누리며 잘 알게 된 여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주겠다는 것이다. 일기이긴 하지만 자신의 말에만 기대지 않고 결투하면서 사람들이 외쳤던 말들과 열정적인 포옹을 나누며 속삭였던 이야기들도 가능한 한 충실하게 쓰겠다고. 그 말에 충실하게, 이 책은 돈 주앙의 여성편력을 다채롭게 보여준다. 그는 다른 남자의 아내와 동침하는 남자는 모든 남자의 적이라고 생각하는 남자 때문에 수세에 몰리기도 한다. 돈 주앙이 고수하는 양심이 있다면, 절대 사랑을 맹세하지 않는다는 것. 그런 그가 사랑에 빠져서는 안 되는 여자와 사랑에 빠지면서, 여자와 권력을 둘러싼 돈 주앙의 주변 상황은 위태로운 줄타기에 돌입한다.
<돈 주앙의 잃어버린 일기>를 발굴한 에이전시는 <다빈치 코드>를 기획한 미국의 샌포드 J. 그린버거다. 에이브람스가 첫 소설인 이 작품을 출간한 직후 세비야에서 언론 초청 투어를 했다는 사실은 흥행사로서의 에이브람스의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게 해준다. 저자의 이력 중 이 소설 전에 불교와 도교를 접하며 동양철학과 탄트라 섹스에 대해 글을 쓴 적이 있다는 점도 관심을 갖게 한다. 사랑에서 어떤 것이 정답인가, 어떤 것이 옳은가, 돈 주앙이 결국 어떤 삶을 선택했는가 하는 이야기에 지나치게 집착하면 <돈 주앙의 잃어버린 일기>를 재미있게 읽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16세기 세비야에 존재했을지도 모르는, 여자의 몸과 마음을 매혹하는 데 능했던 어느 한량의 이야기를 그저 호기롭게 따라가는 편이 즐거울 것이다. 호색한으로서 항상 성공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 게 냉정함이라는 돈 주앙의 말을 비롯한 몇몇 작업의 기술은 꽤 그럴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