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정확히 한번에 발음하기 어려운 그 축제 ‘수오니 퍼 일 포포로(Suoni Per Il Popolo)’다. 올해로 7회째를 맞는 이 축제는 이탈리아 말로 ‘사람들을 위한 소리’를 의미하며, 역시 영 웃기는 발음 때문에 중간에 한번 풋 웃어야 하는 카사 델 포포로(Casa Del Popolo) 와 라 살라 로사(La Sala Rosa)에서 한달간의 축제를 시작한다. 축제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음악, 특히 실험적이고 전자적이며 아방가르드한 음악을 추구하는 전세계의 밴드들이 한달 내내 저 두곳에서 연주를 한다. 두 장소는 진지함과는 거리가 먼 클럽들이다. 사람들은 맥주를 주문하려고 바에 매달려 있기 일쑤고, 늘어진 샹들리에와 국적 불명의 인테리어, 낡은 탁자와 소파 탓에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 없는 곳이다. 게다가 아방가르드한 음악이라니. ‘Suoni Per Il Popolo’는 무대 앞쪽으로 모인 사람들을 제외하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사람들이 무언가를 마시거나 미친 척 춤을 추기도 하는 그곳에서 열릴 것이며, 6월 한달 내내 몬트리올의 생로랑 거리를 시끄럽게 할 것이다.
그런데 올해는 특이한 공연부문이 덧붙었다. ‘특별한 영화 사운드트랙 시리즈’라는 주제로 몇몇 밴드가 흥미로운 공연을 준비 중이다. 컬 드 삭(Cul De Sac), 예루살렘 인 마이 하트(Jerusalem in My Heart) 같은 밴드들이 영화를 위한 자체 사운드트랙을 창조해 연주하는 것이다. 보스턴 출신의 네오프로그레시브 연주단 컬 드 삭은 그들이 가진 사이키델릭하고 미니멀한 음악세계로 독일 무성영화감독 F. W. 무르나우의 <파우스트>에 사운드트랙을 입히게 될 것이다. 대부분 악기 연주로 이루어진 그들의 음악은 기괴하기도 하고 몽롱하기도 하고 어지럽기도 한 것이 꼭 독일 무성영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다. 또 다른 방식으로 영화와 음악의 상관관계를 보여줄 공연은 캐나다 출신의 사운드 아티스트 팀 해커가 맡을 예정으로, 주제에 걸맞게 자신이 직접 창작한 비디오 작업을 선보인다. 그의 음악 역시 몹시 아방가르드한 기운이 넘치는 가운데 중반부를 넘어서면 거의 아찔해지기까지 한다. 대체 이번에는 어떤 잡음과 추상적인 음들이 난무할지 기대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