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트 디즈니가 현지화 전략으로 인도시장을 노린다. 6월12일 디즈니는 인도의 야쉬 라즈 필름과 손잡고 애니메이션영화 <로드사이드 로미오>를 만든다고 밝혔다. <로드사이드 로미오>는 뭄바이 지역 거리에 버려진 강아지가 주인공으로, 주갈 한스라즈가 극본을 쓰고 연출하는 작품. 발리우드 스타 사이프 알리 칸과 카리나 카푸르 등이 목소리 출연하며, 모든 제작 과정이 인도에서 이뤄질 예정이다. 영화의 프로듀서인 야쉬 초프라는 “인도의 음악과 춤, 로맨스가 결합한 작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08년 인도 개봉을 목표로 하는 이 영화는 디즈니가 처음으로 인도의 영화사와 합작하는 작품이라 눈길을 끈다. 이전까지 디즈니는 미국에서 제작한 영화와 상품들을 해외 지역에서 단순히 팔기만 했다. 극장용 애니메이션과 캐릭터를 이용한 티셔츠와 장난감 등이 대표적인 예. 하지만 <로드사이드 로미오>는 인도의 문화와 사정을 바탕으로 제작된다. 애니메이션이란 장르에 익숙하지 않은 인도 사람들을 고려해 이야기는 단순화되고, 음악과 춤은 늘어난다. 인도의 배우들이 목소리 출연하는 것도 예외적이다. 애니메이션의 기술적인 부분은 디즈니 스튜디오쪽에서 제공하기로 합의했다.
1990년 이후 디즈니의 해외시장 성적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90년대 후반 해외시장에서의 수익은 전체 수익 중 20% 미만. 특히 중국의 민담을 스크린으로 옮긴 애니메이션영화 <뮬란>의 실패는 디즈니의 해외시장 전략을 재검토하게 했다. 2005년 디즈니의 최고경영자 로버트 아이거는 “수익의 50%를 5년간 해외시장에 쓸 것”이라 밝혔고 중국, 러시아, 인도, 라틴아메리카, 한국 등 5개 국가를 앞으로 주력해야 할 시장으로 꼽았다. 현재 중국에서 개봉을 앞두고 있는 애니메이션 <마술조롱박의 비밀> 역시 중국 현지화 전략에 맞게 디즈니가 국영중국영화사와 함께 제작한 작품이다. 로버트 아이거는 “(해외에서의) 디즈니를 처음부터 다시 세울 것”이라고 밝혔다.
<로드사이드 로미오> 외에도 디즈니의 ‘인도 현지화 활동’은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최근 급속도의 경제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는 인도를 “가장 합리적인 시장”으로 판단했기 때문. 인도의 14살 이하 인구는 미국의 전체 인구보다 많다. 현재 디즈니의 히트작인 <하이스쿨 뮤지컬>을 인도 버전으로 리메이크하는 작품이 진행 중이며, 그 작품의 캐스팅은 <아메리칸 아이돌>식의 경쟁 프로그램을 도입할 계획이다. 원작의 농구는 인도인들에게 좀더 친숙한 크리켓으로 설정을 바꿨다. 디즈니의 한 관계자는 “인도에서 제작을 진행하는 것이 비용면에서도 훨씬 저렴하다”고 말했다. <하이스쿨 뮤지컬>은 차후 러시아와 라틴아메리카 버전으로도 제작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