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트집인가 아니면 옹고집인가. 영화발전기금을 둘러싸고 전국영화산업노조와 영화진흥위원회가 날을 세운 논쟁을 벌이고 있다. 노조는 6월13일 논평을 통해 영진위의 영화발전기금 사업 계획이 독단적이고 졸속적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비난했다. 노조에 따르면, “영화발전기금 TF팀 27명 중 9명이 정부기관원”이며 “스크린쿼터 축소의 대가로 기금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영화인대책위 위원장까지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포함되어 있다”. 노조는 이런 TF팀을 내세워 “영화산업 전체 의견수렴을 했다”는 영진위의 주장은 “어설픈 사기극”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일반 관객 및 영화계 대상 기금사업에 대한 설문조사’가 완료되기 전에 사업이 이미 확정됐다는 점 △영진위 실무 책임자가 영화발전기금이 스크린쿼터 축소의 대가라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는 점 △국민의 혈세로 만들어질 수천억원 이상의 사업에 대한 세부계획서를 국회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제출하고 있지 않다는 점 등을 들어 영진위를 공격했다. 노조 최진욱 위원장은 “의견 수렴에서 상식적인 절차를 무시한 영진위의 처사는 코미디나 다름없다”며 “도대체 영진위가 한국영화 위기 상황에서 어떤 대처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영진위가 사채업자”라는 이번 노조의 논평이 어이없는 사실을 바탕으로 한 주장에 기반하고 있다는 판단 아래 영진위는 조직의 정체성을 심하게 훼손하는 발언이라고 판단해 강한 반박에 나섰다. 영진위는 노조가 논평을 내놓은 이튿날인 6월14일 보도자료를 내, TF팀이라고 노조가 말한 단위는 실제로는 “효과적인 의견수렴을 위한 전문가 풀을 지칭한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영진위는 영화발전기금 설문조사 또한 문화관광부의 요청에 따라 위원회가 만든 사업계획을 사후 검증하기 위한 방법으로 활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영진위는 영화발전기금 세부계획서를 국회에 제출하지 않은 것에 대해 “정부안이 아직 확정되기 전에 국회쪽에 공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정부안으로 확정된다면 이후에 국회쪽에 세부계획서에 대한 상세본이 전달될 것이다”라고 해명했다. 영진위는 “(스크린쿼터와 관련) 외부 눈치를 너무 보는 것 아니냐. (영화진흥공사와 같은) 독임제 기관으로 바꾸는 편이 낫다”는 발언 때문에 김혜준 사무국장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법안을 발의하시라”고 한 것을 노조쪽이 “편리한 대로 왜곡해서” 스크린쿼터 축소를 당연시하는 것으로 받아들였다고 반박했다.
한편, 민주노동당 천영세 의원실에서는 “영진위의 억지가 안쓰럽다”는 내용의 논평을 통해 영진위를 공격하고 나섰다. 6월14일 천영세 의원은 TF팀을 구성해 영화계의 의견수렴을 하기로 약속한 영진위가 이제 와서 다른 소리를 하고 있다며 수박 겉핥기식의 의견수렴은 하나마나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정치권과 영화계가 스크린쿼터와 영화발전기금을 두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가운데 어떤 결론을 도출할 수 있을지, 아니 합의를 내는 것은 가능한지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