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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학교’ 운동회 열리던 날
글·사진 이영진 2007-06-12

<우리학교> 혹가이도조선초중고급학교 운동회에 가다

“저학년 학생들이 만든 통일기를 가지고 입장하는 통일친형제분께 큰 박수를 보내주십시오!” 난생처음 이런 행진을 해 본 적이 있을까. 난생처음 이런 환대를 받아본 적이 있을까. 보무당당한 우리학교 학생들의 발걸음에 이끌려 운동장에 들어선 한국 방문단 일행은 모두들 그런 생각이었을 것이다.

“홋카이도의 스타가 된” 김명준 감독과 박소현 조감독 외에도 “홋카이도 사투리를 감독 못지않게 구사하는” <우리학교> 팬카페 운영자 김선민씨와 김형동씨, “<우리학교> 5만명 돌파는 <왕의 남자>의 기록과 맞먹는다”고 주장하는 이글픽쳐스 대표 정진완씨 등 영화 보고 학교 찾은 18명의 통일친형제는 500여명의 동포들이 가슴으로 쳐주는 박수에 어쩔 줄 모르는 표정이다. 한국독립영화협회와 함께 <우리학교>를 배급한 진진의 김난숙 대표는 딸 봄이와 함께 ‘혹가이도’를 찾았는데, “평소 까칠하기로 소문난” 봄이도 동포들의 인사에 싱글벙글 입을 다물지 못한다. ‘혹가이도조선초중고급학교’의 운동회는 가을에 있는 학예회, 겨울의 졸업식과 함께 우리학교의 큰 행사 중 하나다. 홋카이도 각 지역에 흩어져 사는 동포들과 졸업생들이 운동회 날에 우리학교에 모여든다. 동포들에게 발송한 안내 쪽지를 보니 “멀리서 오시는 학부모님들을 고려해 올해부터는 운동회 전날의 자리잡기를 금지하겠다”는 부탁이 첫머리에 있다. 신경화 교장선생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고 전날 밤부터 돗자리 들고 오시는 분들이 많았다”고 일러준다.

초급부 4, 5, 6학년 학생들의 60m달리기, 초급부 1, 2, 3학년 학생들의 50m달리기, 중·고급부 동무들의 100m달리기에 이어 초급부 저학년 학생들과 통일친형제와의 공넣기 맞대결이 벌어졌다. 결과는 통일친형제의 압승. 정진완 대표는 “죄송하다. 워낙 어렸을 때부터 경쟁 교육을 받다보니 어쩔 수 없었다”는 변명으로 폭소를 만들었다. 배불뚝이 아버지의 손을 잡고 뛰는 공굴리기, 자존심을 내건 모자쟁탈 기마전을 비롯한 단체시합 중 단연 눈길을 끈 것은 ‘우리 편으로 당기자’라는 이름의 이른바 봉뺏기. 녀성(女性) 동무들의 시합인 봉뺏기는 엄마고 딸이고 없다. 계급장 떼고 한판 붙자는 식이다. 봉과 상관없이 몸싸움을 하는 모녀도 있다. 김명준 감독의 말처럼 “조선 여자들의 강한 승부욕이 한눈에 드러나는 게임”이다. 홍군과 청군의 이어달리기를 마지막으로 운동회가 끝난 뒤 동포들이 마련한 야외 불고기 파티 자리. 고기가 시커멓게 타는 줄도 모르고 재일조선인들과 통일친형제들은 어깨를 걸고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제창, 삼창 불러젖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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