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탕에 성공한 뒤 각자의 삶을 살고 있던 오션스 일당을 루벤(엘리엇 굴드)이 라스베이거스로 다시 불러모은다. 동업을 약속했던 윌리 뱅크(알 파치노)의 배신으로 몸져 누워 친구들의 걱정을 산 탓이다. 루벤을 위로하고자 한때 적이었던 테리 베네딕트(앤디 가르시아)까지 끌어들인 대니(조지 클루니), 러스티(브래드 피트), 라이너스(맷 데이먼)를 비롯한 오션스 일당은 복수를 다짐한다. 뱅크가 루벤의 땅에 건립할 호텔 카지노에서 엄청난 잭팟을 터뜨리는 동시에 꼭대기층에 보관된 고가의 다이아몬드를 훔치려는 것. 문제는 뱅크가 그리 만만한 인물이 아니라는 점이다. 최고의 호텔을 의미하는 ‘다이아몬드 5개 등급’ 호텔을 여럿 지닌 그는 작은 실수에도 “자네, 해고야!”를 외치는 도널드 트럼프처럼 편집광적인 완벽주의자다. 호텔의 개장을 지휘하는 개인비서 아비게일 스폰더(엘렌 바킨) 역시 남자에 약하다는 것을 빼면 약점을 찾을 수 없는 고약한 일중독자. 그들을 속이려면 더욱 철저한 작전이 필요하다. 주사위 제조업체에 일행을 급파하고 지진을 유도하기 위해 땅을 파는 등 계획은 착착 진행되는 듯하지만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 넘어야 할 산들도 많다.
오션스 일당의 사기극이 반드시 성공하리라는 것은, 그 방법이 무척 감각적이고 화려하리라는 것만큼 불 보듯 뻔한 사실이다. 그러므로 관건은 ‘그 과정을 얼마나 그럴듯하게 그리느냐’에 달려 있지 않았을까. 조지 클루니의 공언이 맞다면 <오션스>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으로 기록될 <오션스 13>은, <오션스 트웰브>가 플롯이 허술하다는 비판을 받았던 것을 의식한 듯, 이야기의 구성에 꽤나 공을 들인 모양이다. 비현실적일 정도로 치밀한 오션스 일당의 사기극은 친절하게 소개되진 않지만, 그들에게 협조하거나 호텔 개장을 보기 위해 몰려든 군중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빠져나가며 적지 않은 쾌감을 선사한다. 그럼에도 매번 화제가 됐던 호화 캐스팅, 패셔너블한 편집, 은근히 효과 만점인 유머감각 등은 여전하다. 특히 미끈한 겉모습과 달리 살짝 어눌하게 묘사되는 대니-러스티 콤비는 122분의 러닝타임을 지루하지 않게 만드는 장본인. 오프라 윈프리와 삼성 휴대폰의 깜짝 출연 역시 눈길을 끈다. PPL의 위력이겠지만 “삼성 회장과 볼링도 쳤다”는 대사는 한국 기업의 괄목할 만한 성장을 예상케 한다. 그것이 농담조로 다룬 멕시코의 파업장면과 대조적으로 다가온다는 점만은 계속 마음에 걸리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