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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폿 인터뷰] 안정된 기자보다 불안정한 영화감독에 끌리더라
김도훈 사진 오계옥 2007-06-11

칸에서 만난 영화기자출신 감독 얀 모로

프랑스에는 영화기자/평론가가 감독으로 데뷔하는 일이 그리 낯설지 않다. 알다시피 프랑수아 트뤼포를 비롯한 당대의 프랑스 평론가들이 일으킨 ‘누벨바그’ 전통이 굳건하고, 올리비에 아사야스 같은 최근의 프랑스 감독들 역시 다수가 저널리스트 출신이다. 지난 2004년 칸영화제에서 만났던 영화기자 얀 모로(Yann Moreau) 역시 자국의 전통을 뿌리칠 수 없었던 모양으로, 올해는 일본에서 만든 스릴러 <레이지-이카리>(Rage-Ikari)를 들고 감독의 직위로 칸을 찾았다. 게다가 그는 한국에서 코미디영화를 만들겠다는 즐거운 계획을 품고 한국 제작자들과 접선 중이었다.

-<레이지-이카리>가 첫 영화인가. =첫 영화는 2005년에 만든 <쥐들의 매장>(Burial of the Rats)이다. 피터 위어의 <행잉록에서의 소풍>이나 그림 형제의 동화들이 섞여 있는 듯한 어두운 스릴러였다. 두 번째 영화 <레이지-이카리>는 복수에 관한 영화로, 70년대 고전인 가지 메이코의 <여자죄수 전갈> 시리즈와 니콜라스 윈딩 레픈의 <푸셔>(Pusher)에 영향을 받았다. 편집이나 촬영방식에 의존하지 않고 배우들의 연기에 집중해 단 하나의 숏으로만 찍은 영화다.

-왜 영화기자를 그만두고 불안한 감독의 삶을 선택했나. (웃음) =몇해 전부터 저널리스트가 재미없어졌고, 프랑스도 지겨워졌다. 그래서 일본의 작은 제작사에서 일하던 여자친구의 제의로 일본으로 건너가 영화를 만들기로 했다. 영화는 언제나 나의 열정이자 나의 삶이었다. 안정된 저널리스트의 삶보다는 불안정한 감독의 삶을 더 원하나보다. (웃음)

-<카이에 뒤 시네마> 이후 프랑스에는 여전히 저널리스트들이 메가폰을 쥐는 전통이 있지 않나. =문제는 지금 영화를 만드는 감독들이 영화를 대단히 문학적인 방식으로만 이야기한다는 것이다. 프랑스영화는 점점 문학으로 변해가고 있다. 그저 “내 삶을 이야기해주겠어”식의 영화들뿐이다. 아주 가끔 <내 심장이 건너뛴 박동>처럼 좋은 영화들이 나오긴 하지만.

-한국에서 만들 다음 영화는 어떤 작품인가. =서울을 배경으로 한 <메리에게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식의 코미디영화다. 전혀 다른 성격을 지닌 프랑스와 한국 문화가 부딪히는 지점들을 소재로 살려내고 싶다. 한국 코미디영화들의 다이내믹함과 에너지를 아주 좋아한다. 한데 한국인들은 한국 코미디영화가 언제나 똑같은 포뮬러로 만들어진다며 지겨워하더라. 그래서 외부인의 시선에서 약간은 사디스틱한 방식으로 한국을 그리는 코미디를 만드는 게 재미있을 것 같았다.

-7월에는 각본 작업을 마칠 예정으로 안다. 이후 계획은. =각본이 완성되면 일단 부산영화제에 갈 예정이다. 그리고 2008년 봄부터 촬영에 들어가고 싶다. 현재 한국의 인디펜던트 제작사 몇개, 규모가 조금 큰 제작사 하나와 협의 중이다. 물론 우리는 어떠한 새로운 제작사의 관심에도 적극적으로 열려 있다고 써달라.(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