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과 배급, 극장을 겸한 영화사들이 자체 기획 영화제 등을 통해 작은 영화의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만 해도 스폰지, 씨네콰논 코리아, 백두대간 등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스폰지는 ‘Cine休 오케스트라’라는 제목으로 5월에 3주의 상영을 마치고 8월 말까지 지방도시를 돌며 순회상영을 할 예정이다. 가을에도 5편에서 10편 정도의 영화를 같은 행사방식으로 묶어 상영할 예정이다. 지난해에 인기있었던 ‘일본인디필름페스티벌’ 역시 개최하며, 6월28일부터 7월25일까지 12편의 영화를 상영한다.
씨네콰논 코리아도 명동CQN에서 7월16일부터 22일까지 7일간 ‘2007 CQN summer collection: Let’s Queer!’ 행사를 연다. 해외 퀴어 신작 5편과 한국 퀴어영화, 해외 퀴어영화 등을 섹션별로 묶어 상영한 뒤 신작은 순차적으로 8월 초부터 개봉할 예정이다. 8월에는 작은 일본영화들만을 묶어 영화제를 열 계획이다. 이 밖에도 방식은 다소 다르지만 백두대간은 체코 감독 이리 멘젤의 3편의 영화를 특별전이라는 이름을 빌려 일주일 간격으로 상영하기도 했다.
‘영화제’라는 타이틀이 관객의 흥미를 끌 뿐 아니라 실무 홍보비용 면에서 절감되며, 향후 개봉할 영화에 대한 자연스런 리서치 효과까지 얻는다는 게 중평이다. 씨네콰논 코리아의 이애숙 부사장은 “우리 극장의 영화를 평소 보러 오지 않던 사람도 다른 영화들과 함께 상영하면 더 폭넓은 관심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며 극장 인지도 제고에 도움이 된다는 뜻을 덧붙였다. 스폰지의 이지혜 부장은 “아키 카우리스마키의 <황혼의 빛>은 단관 개봉해 몇 주일을 끌었으나 1천명도 안 들었다. 올해 Cine休 오케스트라에선 지금까지 거의 7천명이 보고 갔는데, 아주 잘된 건 아니지만 선전한 셈”이라고 밝혔다. Cine休는 사실상 꽤 긴 기간을 상영함에도 영화제 형식을 빌려 ‘이때가 아니면 볼 수 없다’는 관객의 심리를 적극 이용하여 성공한 것이다.
이지혜 부장은 “어렵다고 인식될 만한 영화는 단독 개봉하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쉬워 보이는 작품들과 묶는 것이 관객이 찾아오도록 하는 데 훨씬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영등위에서 제한상영가를 받은 <숏버스>가 영진위의 등급분류면제 추천을 통해 영화제 형식으로 거의 개봉 회차만큼 상영되는 건 편법이나 다름없다”는 강한 반발도 있었다. 분명한 건 관객이 지금 ‘영화제’라는 이름에 끌려 극장으로 향한다는 점인데, 신중히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