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송희일 감독은 인디포럼의 부활에 앞장서면서 이렇게 말했다. “자기 앞가림이나 할 것이지 오지랖 넓다는 말을 들을 수도 있겠지만, 나에게 독립영화는 언제고 돌아갈 수 있는 고향 같은 존재다. 한국영화가 전멸한다 해도, 독립영화의 저변이 든든하다면 괜찮지 않을까.” 당시 50억원을 상회하는 제작비의 블록버스터를 준비하던 그가 최근, 10억원 정도 규모의 저예산영화쪽으로 마음을 돌렸다고 했다. 그는 “탈영한 사람들의 청춘영화로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Bonnie&Clide)와 비슷한 영화”가 될 것이라고 한다. “전에 준비하던 것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고, 지금은 이 이야기에 끌려서”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지만, “1억원짜리에서 몇십억원짜리로 갑자기 늘어난 규모가 부담스럽고, 본격적인 상업영화 전에 탄탄함을 갖추고 싶었다”는 말로 미루어, 풍족함에 따른 ‘제약’을 경계하는 평소 습성이 다시 발휘된 것도 같다. 독립영화의 이름난 감독 중에도 상업영화를 준비하다가 문득 작고 간편한 자기 작업에 눈을 돌리는 감독들이 있다. 확실히, 요즘 같은 충무로의 춘궁기에는 ‘언제고 돌아갈 고향’이, 그 고향의 소중함을 잊지 않는 것이 더욱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