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호로역 다다 심부름집> 미우라 시온 지음/ 들녘 펴냄
심부름집 혹은 심부름센터는 온갖 잡일을 도맡아 해주는 곳이다. 다다 심부름집을 운영하는 다다 게이스케는 도쿄지만 도쿄 같지 않은 마호로 지역에 살고 있다. 가끔 심부름집을 청부업자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죽이고 싶은 사람이 있다는 의뢰를 하는 일도 있지만 그가 보통 하는 일은 자잘한 집수리, 학원에서의 귀가가 늦은 학생 집에 바래다주기 등이다. 하지만 그의 심부름집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생각지도 않았던 소도시 삶의 이면들이 드러난다. 찹쌀떡처럼 동그랗게 몸이 굽은, 아흔살이 다 되어가는 할머니에게 친아들인 척하고 병문안을 가는 일이나 가세가 기울어 야반도주하는 마당에 키우던 개를 그냥 버릴 수 없어 심부름집에 며칠 맡겨놓고 사라진 사람들이 그렇다. 게다가 선량한 소시민인 듯하던 다다 본인의 삶도 어딘가 위태롭게 기울어 있다.
어느 날 다다는 길에서 고등학교 동창 교텐 하루히코를 만난다. 고등학생 시절, 우연한 사고로 오른쪽 새끼손가락이 절단된 뒤 접합수술을 받아야 했던 교텐은 다다에게 신세를 지면 안 되겠느냐고 부탁한다.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지만 다다는 그날부터 별로 친한 적도 없었던 옛 동창 교텐과 함께 산다. 다다가 일을 나갈 때 교텐도 따라나서긴 하지만 딱히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다. 두 사람은 심부름집에 들어온 의뢰를 처리하다가 범죄사건에 연루되기도 하고, 도망치려고 안간힘을 쓰던 과거사에 직면하기도 한다.
<마호로역 다다 심부름집>의 재미는, 심부름집이라는 업종의 특성에서 오는 기이한 사건사고의 나열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다다도 교텐도 사실 혼자 있는 무게를 견디지 못한다. 다다는 자신에게서 예전 같은 열정과 희망을 찾을 수 없다. 그 둘의 관계도 이상하다. 어른이 되면 친구도 지인도 아닌 미묘한 관계의 교제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다다의 과거, 다다와 교텐의 공통된 과거, 교텐의 과거 중 어느 하나 만만한 게 없다. 결국 다다는 알려고 하지도 않고, 찾으려고 하지도 않고, 누구와도 어울리지 않는 것을 평안한 삶이라고 착각한 채 잔뜩 겁을 먹고 겨우겨우 숨만 쉬는 날들을 멈출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알고 난 뒤에는 원래대로 돌아갈 수 없다. 마음 내키는 데까지, 끝까지 나갈 수밖에 없는 거다. 그러면 불행하지만 만족할 수는 있다. 후회하면서 행복할 순 없기 때문이다. 어디서 멈출지는 본인이 결정할 일이다. 미우라 시온은 그 과정을 시종일관 따뜻한 유머감각으로 끌어간다. <마호로역 다다 심부름집>은 135회 나오키상 수상작으로,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미우라 시온의 책이다. 나오키상 수상 여파로 앞으로 그녀의 책이 다수 국내에도 소개될 것 같은데, 미우라 시온의 세계에 들어가는 첫 관문으로서의 <마호로역 다다 심부름집>은 최고의 선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