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리토> <우주전쟁> <스파이더 맨>의 데이비드 코엡
HeSTORY
<쥬라기 공원> 때만 해도 이 영화의 성공신화가 원작자이면서 각본에 참여했던 마이클 크라이튼, 그리고 블록버스터형 예술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의 합작에서만 나온 것이라 생각했다. 각본에 이름이 올라 있는 또 한 사람 데이비드 코엡에게 우리는 신경쓰지 못했다. 코엡의 전환점은 확실히 그 다음 작품 <칼리토>에서 브라이언 드 팔마를 만났을 때다. 코엡이 “그는 (누군가의) 스승이 되는 법을 알고 있다”며 자신의 경력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으로 브라이언 드 팔마를 꼽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미션 임파서블> <스네이크 아이>의 기회를 얻어 코엡은 이야기의 똬리를 풀어나가는 능력을 선보였고, <패닉 룸> <우주전쟁>은 이미 그가 저명한 각본가로 정평을 얻은 뒤의 작품이다. 그러니 지금 그의 각본 예정작에 <스파이더 맨4>와 <인디아나 존스4>가 있다는 사실이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 “만약 내가 <인디아나 존스4>에 대해 입이라도 뻥긋 하면 드림웍스 비밀경찰(!)이 나를 잡아갈 것”이라고 허풍을 칠 때 그래서 정말 그 내용이 궁금해진다. 혹은 그가 각본을 썼던 <스파이더 맨> 1편을 넘어 4편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펼칠지 기대된다.
TALENT
먼저 질문. <미션 임파서블>과 <미션 임파서블2>, <스파이더 맨>과 <스파이더 맨2>. 1편에서 각본을 맡았던 데이비드 코엡이 손을 떼면서 영화의 성격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생각해볼 것. 그게 코엡의 능력을 설명하는 데 근거가 되는가? 된다! <미션 임파서블>과 <스파이더 맨>에서 그가 물러났을 때 다음 편이 여지없이 ‘서사의 영화에서 액션의 영화로’ 바뀌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코엡은 언젠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영화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고 이렇게 말했다. “좋아요, 이거야말로 아주 쉽군요. <악마의 씨>죠! 지금까지 내가 해온 모든 것이 그 영화의 영향을 받았다는 생각까지 들어요.” 이 대답을 듣고 나면 수긍이 간다. 왜 아니겠나? 데이비드 코엡의 이야기는 정교하며 그 속의 세계는 음험하고 위험하다. 그는 우선 복잡하고 어지러운 이야기를 엮어가는 데 탁월한 재주를 갖고 있다. 특히 위기에 빠진 주인공들의 이야기에서 쾌락을 뽑아내는 재주가 빛이 난다. 그게 비극적 운명의 굴레이건(<칼리토>) 모략과 수수께끼의 상태이건(<미션 임파서블> <스네이크 아이>), 혹은 공룡과 외계 생물체의 먹잇감이건(<쥬라기 공원> <우주전쟁>), 거미에 물려 돌연변이가 된 소심남이건(<스파이더 맨>) 말이다. 게다가 때때로 그는 매우 은유적인 정치 선동가다. 엄청난 예산의 <우주전쟁>을 쓸 때 그 밑바탕에는 언중유골의 정치적 태도도 있었다. 그래서 혹자는 코엡에게 <우주전쟁>은 ‘안티 <인디펜던스 데이> 영화’처럼 보인다고 말했는데, 코엡은 그걸 결코 부인하지 않았다.
MEMORABLE LINES
링 아나운서: (무대 뒤쪽으로 뒷걸음질치더니 베일 뒤에 있는 피터를 향해) 어이 꼬마! 이름이 뭐야? 피터: 휴먼 스파이더요. 링 아나운서: 뭐? 휴먼 스파이더? 고작 그거야!? 정말 꽝이구먼(무대쪽으로 걸어나오면서 도전자 피터를 소개한다) 3천달러를 받게 될 사납고, 포악하고, 잔인무도한 스파이더 매~앤. 피터: (당황한 모습으로) 휴먼 스파이더라고요! 이름이 틀렸어요!
<스파이더 맨>에서 명대사 하나를 고르라면 대개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르는 법이지”라는 피터 삼촌의 말을 꼽는다. 그런데 지금은 좀 색다른 걸 기억해보면 어떨까. 그러니까 영웅 작명의 순간. ‘피터가 스파이더 맨으로 불리는 최초의 순간.’ 피터가 도화지를 걸친 듯한 어설픈 복장을 하고 레슬링장에 들어섰을 때 무대 건너편 링 아나운서(<스파이더 맨> 시리즈 세편 모두에 카메오로 등장하고 샘 레이미의 절친한 친구이자 <이블 데드> 시리즈 등 B급영화의 아이콘인 브루스 캠벨)가 다가오더니 그만 그렇게 말해버린 것이다. “휴먼 스파이더라고요! 이름이 틀렸어요!”라고 억울한 듯이 피터가 말해도 이미 소용없어진 것이다. 이 순간 변종 영웅의 이름이 탄생한 것이다. 어쩌다 존재가 바뀐 것처럼 그의 이름도 바뀌었고, 우리는 지금도 그를 휴먼 스파이더 대신 스파이더 맨이라고 부른다. 위기와 혼란에 빠진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노련하게 엮어나가는 데이비드 코엡은 종종 이렇게 귀 기울이지 않으면 그냥 넘어갈 만한 유머러스하나 중요한 대사들을 쓸 줄 안다. 혹시 이 숨겨진 영웅 탄생의 순간을 <스파이더 맨> 추종자인 당신은 기억하고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