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건축> 알랭 드 보통 지음/ 이레 펴냄
알랭 드 보통은 영민한 수다쟁이다. 그는 일상적인 화제를 도마에 올려 누구나 아는 이야기를 풀어놓지만 언제나 무릎을 치게 하는 데가 있다. 일상이 낳은 작은 생각거리는 우리에 앞서 세상을 살고 간 사람들의 글로 이어지게 마련이며, 우리는 소소한 것의 즐거움과 권태를 발견하는 데 있어 결코 외롭지 않음을 알게 된다. 보통의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는 롤랑 바르트의 <사랑의 단상>보다 덜 현학적이면서도 사랑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데 게으르지 않았고, <여행의 기술>은 남들에게 자랑하는 여행의 즐거움 이면에 도사린 귀찮음과 짜증까지 유쾌하게 보여주었다. <행복의 건축>은 제목 그대로 건축에 대한 이야기인데, 건축물에 대한 관심이 거의 없는 사람이라면 보통의 입담에만 기대 책을 끝까지 읽기란 쉬운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건축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다는 말은 아니다. <행복의 건축>을 쓰면서 보통이 특유의 넓은 식견을 바탕으로 한 깊이있는 탐구를 했음은 분명해 보이지만, 그는 그 내용을 전달하는 데 젠체하지 않는다.
“괴로움이 영영 우리를 떠나지 않을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주위의 모든 것에 눈을 질끈 감아버릴 수도 있다… 그렇다고 우리 마음대로 바꾸어버릴 수 없는 환경에 무한정 예민한 상태를 유지할 수도 없다. 따라서 결국 그럴 여유가 있는 만큼만 환경을 의식하게 된다… 이렇게 거리를 두는 자세는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해서가 아니라, 아름다움이 부재하는 곳에 우리 자신을 완전히 열었을 때 마주하게 될 슬픔을 빗겨 가고 싶은 마음에서 나온다.” 보통은 미추를 가늠하는 대신 외면하는 편이 나은 보통 사람들의 일상에서 출발, 신석기의 매장실과 궁궐의 과잉을 교정해주는 오두막, 비율과 곡선이 거대한 활력을 낳는 구조물로 독자를 이끈다. 전세계 곳곳의 건축물이 화제에 오르는데 그 범주가 일본 교토의 아파트에까지 미친다. 책에 실린 사진들은 충분히 설명적이며, 그 자체로도 왜 보통이 건축이라는 소재를 선택해 글을 썼는지를 이해하게 해준다. <여행의 기술>이 자기 방을 여행하는 즐거움을 이야기했듯, <행복의 건축>은 의식화된 엄숙한 눈 구경을 좋아하는 마음을 벗고 나서 즐길 수 있는 아름다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한다. 휘슬러가 템스강을 그리기 전에는 런던에 안개가 없었다면, 보통이 일상의 풍경에 대해 수다를 떨기 전에는 그 즐거움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행복의 건축>은 개인의 감상과 인문학적 지식, 그리고 현실을 엮어내면서 웃음을 잃지 않는 보통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또 한권의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