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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세기를 교차하는 고다르의 이미지 사유
ibuti 2007-05-25

<사랑의 찬가/아워 뮤직> Eloge de L’Amour/Notre Musique <영화의 역사> Histoire(s) du Cinema

스탠더드 화면비율 영상 vs 와이드 스크린 영상 비교.

영화가 만들어진 지 100년하고 3년이 지난 1998년, 장 뤽 고다르는 10년에 걸쳐 진행한 <영화의 역사>의 작업을 마친다. 그리고 21세기의 시작점에서 두편의 장편영화 <사랑의 찬가>와 <아워 뮤직>을 발표한다. 영화 100년과 20세기 역사를 연결하는 거대한 프로젝트로 한 세기를 마감한 고다르는 진정한 영화의 시간으로 21세기를 시작하고 있었다. 여기서 ‘(그런 게 있다면) 영화의 본질적 요건을 완벽히 따른 진정한 영화- 연극과 사진이 아닌, 소설, 회화, 오페라, 음악에서 자유로우나 조화를 이룬, 그러면서도 영화적 표현, 영화적 이미지, 영화적 내러티브, 영화적 속도, 영화적 호흡, 영화적 윤리, 영화적 시간, 영화적 기억, 영화적 목소리, 영화적 움직임, 영화적 비밀을 흠없이 갖추고, 사회와 역사에 대한 시선 또한 잃지 않은 영화- 가 존재했는가?’라는 엉뚱한 질문을 던져본다. 지금껏 만들어지지 못한 진정한 영화를 기다리는 자에게 고다르는 답이 주어지지 않은 어두운 세상에서 빛의 중요성을 드러내는 시인과 같으며, <사랑의 찬가>와 <아워 뮤직>은 그러한 영화에 비친 서광 혹은 그 완성을 희망하는 현재형이라 하겠다. 혹자는 고다르의 영화가 더 어려워졌다고 말한다. 그것은 <사랑의 찬가>와 <아워 뮤직>이 문을 닫아놓았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기존의 영화를 바라보는 시각으로 두 영화를 대한 탓이다. 이해하려는 노력보다 낯설고 새로운 존재의 탄생을 받아들이는 마음, 두 영화를 보기 전에 필요한 자세는 그런 것이다. <사랑의 찬가>에는 영화(혹은 정해지지 않은 예술의 형태)를 만들려는 젊은 남자(불완전한 아이인 그는 어른이 되고자 노력하는 유일한 사람이라 불린다)가, <아워 뮤직>에는 영화 문법 강의를 위해 사라예보에 도착한 노감독이 등장하는데, 두 사람은 각각 두 여자의 죽음을 전해 듣는다. 살아 있으나 죽은 자들과 만들어지자마자 죽어버리는 영화가 우글대는 현실 아래에서 새로운 영화와 새로운 역사의 시작으로 향하는 고다르의 발걸음은 두 여자의 되돌릴 수 없는 죽음처럼 불가능한 몸부림일지 모른다. 그러나 ‘진실은 의외로 슬픈 것일 수도 있다’는 걸 알고 있는 고다르는 그 진실을 노 삼아 불가능의 강을 건너는 법도 터득하지 않을까 싶다.

고다르 영화의 DVD를 기다린 사람에게 4월은 잔인한 달이었다. 월초에 프랑스에서 <영화의 역사>가 출시된 데 이어 월말엔 <사랑의 찬가> <아워 뮤직>의 한국판 DVD가 선보였으니 말이다. 판권과 영어자막 문제로 몇년의 지연 끝에 나온 <영화의 역사>는 칸영화제 기자회견 영상과 함께 고다르와 안느 마리 미비유가 영화 100주년을 기념해 만든 <프랑스 영화의 2×50년>(1995, 50분)을 부록으로 제공하며, <사랑의 찬가>와 <아워 뮤직>에는 영화평론가 김성욱의 음성해설이 지원된다. 두 영화에 숨겨진 의미와 비밀들, 궁금했던 사실과 적절한 답변을 구하는 지적인 여행이 인상깊다. 세 영화를 DVD로 만나는 반가움 곁으로 몇 가지 의문 또는 불만이 없지는 않다. 먼저, 필름과 DV로 찍힌 <사랑의 찬가>의 한국판 DVD는 와이드 스크린 영상을 수록했는데, 이것과 유럽 출시본의 스탠더드 화면비율 중 어떤 게 감독의 의도와 맞는지 궁금하다(사진5). 그리고 자막과 번역의 문제. 고다르의 의도로 인해 <영화의 역사>에 영어자막이 선택적으로 입혀진 건 수긍한다지만, <사랑의 찬가>와 <아워 뮤직>의 거친 번역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관념적이면서도 현실을 명쾌하게 집어내는 고다르의 언어가 단지 모호한 문자의 연속으로 바뀌어버렸다.

<사랑의 찬가> 말없이 돌아앉은 고다르.

<사랑의 찬가> 여전히 저항하는 자들의 꿈을 위해.

<아워 뮤직> 고다르의 방문 그리고 사유하는 카메라.

<아워 뮤직> 천국으로 돌아가지 못한 자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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