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공포영화 제작사인 해머필름이 부활한다. SF호러 <쿼터매스> 3부작과 <드라큘라의 공포>, <프랑켄슈타인의 저주>를 비롯한 고딕호러물로 인기를 얻었지만 한동안 작품 제작에서 손을 뗐던 해머필름이 다시금 제작에 박차를 가한다. 해머필름 엔터테인먼트가 운영하던 해머필름을 네덜란드 제작자 존 데 몰이 이끄는 세이어트 인베스트먼트가 인수하면서 일어난 일이다. TV쇼 <빅 브라더>의 제작자이자 네덜란드 TV프로그램 제작업체 엔데몰의 설립자로도 유명한 존 데 몰은 해머필름을 사들이며 가장 먼저 5천만달러를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활기를 되찾은 해머필름은 한때 케이블TV 통신망 업체인 리버티 글로벌의 간부였던 사이먼 옥스와 마크 시퍼가 맡을 예정이다. 이번 계약에서 중개인으로 주요하게 활약한 사이먼 옥스는 “해머는 수면 상태에 있었지만 전통적인 미국의 ‘지형도’보다 명석하고 캐릭터 지향적인, 사람들의 상상 속에 살아 있는 영국의 위대한 미디어 브랜드”라며 “이 계약을 성사하기 위해 1년여에 걸쳐 작업했다”고 밝혔다.
‘21세기 영화와 TV 관객을 위한 국제적인 브랜드.’ 재정비와 함께 공포한 포부에 걸맞게 해머필름은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동시에 공략할 계획이다. 영국 방송가에선 벌써부터 해머필름이 제작할 TV시리즈에 대한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 1934년 설립한 해머필름은 50, 60년대 저예산 호러물을 연이어 제작하며 공포영화 시장을 지배했다. 미국에서도 그 반향은 대단해 워너브러더스 같은 큰 배급사들과 계약을 맺기도 했다. 해머필름의 성공신화는 그러나, 60년대 후반부터 공포영화들이 봇물처럼 터져나오자 빛을 잃기 시작했다. 80년대 이후 제작사의 기능을 대부분 소진한 해머필름은 이전까지 제작한 영화들을 통해서만 수익을 거둬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