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목요일 <한겨레> 섹션으로 나오는 ‘신문 속 잡지’ <Esc>가 “무슨 재미로 사냐”고 사람들에게 물었더니 “아이 키우는 재미”에 산다는 사람들이 제일 많았다. 돈벌기, 일하기, 인정받기, 여행하기 등이 다음 차례였다. 그냥 “사는 게 재미있냐”는 질문에는 절반 가까이가 “그저 그렇다”고 답했다. 그저 그런 삶이지만 재미있게 살아보려고 저마다 애쓴다는 얘기인데, 그중에는 위성접시안테나를 삼겹살 불판으로 이용하면서 재미를 추구하는 이들도 있어 눈길을 끈다. 최근 자기(자식)만 재미보(게 하)려다 딱 걸린 이들이 있어 우리의 ‘재미찾기’에 혼선을 일으킨 것은 유감이다.
검찰이 포착한 병역특례 비리는 온갖 자극적인 요소(불법·탈법·편법)로 점철돼 있다. 채용을 미끼로 금품이 오가는 것은 밋밋하다. 다른 업체에서 돈 주고 요원을 사오거나 채용 대가로 임금을 착취하는 것도 그저 그런 얘기. 유령업체를 세우거나, 아버지가 아들을 채용하거나, 병역특례요원이 업체를 인수해버리는 정도는 돼야 재미있다는 대접을 받는다. 아들을 ‘무출근 요원’으로 채용하는 대가로 7천만원을 준 아버지를 비롯해(아들은 업무시간에 집에서 변리사 시험을 준비했다는데 공부하느니 출근하는 게 재미있지 않았을까?) 고민하는 부모들을 꼬드겨 채용 대가를 짭짤하게 챙겨온 업체 임원 및(채용된 요원들은 프로그래밍을 못하는 관계로 거래처에 전표만 끊으러 다녔단다)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에 채용돼 엉뚱하게 그림을 그리거나 홍보활동을 한 가수들과 업무시간에 축구만 한 축구선수 등이 무더기로 입건됐다.
차라리 재미없이 사는 걸 감사히 여겨야 한다는 교훈을 준 ‘감사들’도 있다. 토지공사, 가스안전공사 등 21개 공공기업·기관 감사들은 ‘감사업무 혁신방안 마련’을 위해 소속기관의 돈으로 해외 출장을 떠났다. 칠레의 방송사, 브라질의 석유공사, 아르헨티나의 수자원공사 등을 방문해 감사 현황을 보고받고 세미나를 여는 것까지는 이해가 되는데 브라질 이과수 폭포 부근에서 사흘간 머무르는 일정은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이과수 폭포의 효율적 경영과 예산 집행을 엿보려고 한 게 아니라면 출장이 너무 재미없어서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려고 그런 것 같다.
따지고 보면 그들은 그저 재미 좀 보려고 몸부림친 것뿐인지 모른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그들을 재미있다고 하지 않고 재수없다고 하니, 하도 재미없게 살아서 재미를 재미로 봐주지 못하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