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묻는다. “훌륭한 소년이 될 거예요?” 아직 소년에 가까운 청년이 씩씩하게 답한다. “예.” <마이 제너레이션>으로 데뷔하여 주목을 모은 노동석의 두 번째 장편영화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는 그 문답으로 끝난다. 현실의 절망을 헤매던 청춘군상이 현실과 그 재현됨의 자기 반영적 경계 사이에서 멈춘 영화가 <마이 제너레이션>이었다면(영화의 마지막에 재경은 병석에게 말한다. “카메라 끄면 말할게”),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는 그들의 현실이 아직 밝은 미래와 접속하지 못한 상태에서 그러나 징조는 보이는 그 길 위에서 호기로운 대답과 함께 멈추는 영화다.
기수(김병석)와 종대(유아인)는 형제처럼 친한 동네 형, 아우다. 드러머인 기수는 음악의 꿈이 있지만 그는 지금 취객을 상대로 대리운전을 하며 어렵게 산다. 기수의 삶이 험난하다면 종대의 삶은 위태롭다. 종대의 어머니는 왜곡된 신앙으로 살고 종대는 폭력계의 거물 김 사장(최재성) 밑으로 들어가 그가 운영하는 안마업소의 허드렛일을 한다. 종대는 오로지 총을 갖고 싶어하고 어렸을 적 실수로 종대에게 무언가 상해를 입힌 기수는 늘 그에게 미안하다.
기수의 욕망이 건전하고 추상적이라면 종대의 욕망은 불완전하고 상징적이다. 종대는 총이라는 허상의 기호를 통해 안식을 뒤쫓는다. 종대에게 총을 팔겠다고 나선 자가 그 총으로 누굴 죽일 거냐고 물을 때 그래서 종대는 쉽게 대답하지 못한다. 그에게 총은 단지 필요한 것이지 유용할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마이 제너레이션>의 돈이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에서 총으로 형상화되면서 이 영화는 현실과 현실의 반영이 아니라 현실과 극화 사이의 협상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준다. 동적인 움직임, 극적인 모티브나 메타포, 양식화된 연기 등의 변화가 그런 점에서 시도되고 있다. 그러나 역시 가슴을 세게 흔드는 장면은 무미건조해 보이는 골목길 어딘가에서 기수와 종대가 힘겹게 다투거나 안을 때다.
이 유사형제가 다투거나 안을 때 그들은 자신들보다 더 어린 소년의 정신적 부모가 될 것을 결심한다. 추락한 어른들이 비상식의 세계에 살며 불구로 연명할 때 그들은 그보다 더 어린 소년을 건전하게 돌본다. 이 영화의 마지막 문답은 시간 사이에 놓인다. 미래가 과거를 돌보거나 혹은 과거가 미래를 안아주기 위해 던져진다. 그러나 대답은 시원스레 했어도 영화는 길 위에서 멈췄으며 희망은 아직 장담하기 힘들다. 삶은 아직 불명료하다.